(감선주의 감) #2 나의 워라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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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선주의 감) #2 나의 워라밸은?

케이스토리 0 2019.07.15

  

친구가 사진을 한 장 보여줬다. 큰 말을 타고 있는 친구의 딸 옆에 내 나이 또래의 여자가 말을 잡고 있다. 친구는 사진 속의 여자가 자기의 친구인데 중학교 영어선생님을 하다가 일을 그만두고 시골 깊숙이 들어가 목장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멋지다..”라는 감탄사를 쏟았다. 그녀의 삶에 많은 갈등이 있었음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녀의 과감하고 용기있는 행동,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삶의 방향을 변화키켰다는 것이 멋져 보였다. 경제적인 것 외에도 보이지 않는 잣대를 무너뜨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전환시키는 것은 용기와 모험이 필요하다.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처음 일을 시작했던 직장의 디자인실의 이사님은 나의 롤모델이었다. 어렸을 때 드라마로 보던 디자이너의 모습과 거의 흡사했기 때문이다. 멋지게 스타일링하고 커피를 들고 출근하셨는데, 이사님이 출근할 시간이면 부드러운 향수 냄새와 달콤한 커피향이 멀리서부터 풍겼다. 더구나 이사님은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 토요일은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았다. “나도 나중에 이사님처럼 돼야지.. ”

 

어느 덧 나의 나이와 선망의 이사님 나이가 같아졌다. 어릴 적에는 그냥 열심히 일하면 이사님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회사에서 묵묵히 일하고 내 실력을 인정받으면 그 위치에 올라서 있겠지... 내 실력을 쌓기 위해서 유학도 가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사님은 언제나 일만 하는, 일에만 파묻힌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모습, 그 너머로 보였던 그녀의 여유로운 생활을 동경했던 것 같다.

 

일을 시작하면서 워라밸의 갈등상황이 항상 찾아온다. 각자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 드라마 속 디자이너들은 항상 멋지고 세련되고 여유롭게 보였는데 디자인실 한 복판에 있어 보니, 여유는 커녕 책상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어떤 때는 그 다음날 새벽까지 Q.C, 가봉, 수납, 회의, 결재 등의 절차가 끊임없이, 순서없이 반복됐다. 다음 디자인 콘셉트를 잡기 위해 리서치를 할 때도 생각할 겨를 없이 잡지들을 빠른 속도로 넘겨보고 느려터진 인터넷의 속도를 답답해하며 컬렉션을 찾아보기 바빴다. 이런 일상의 한계를 느끼며 사표를 던졌다. 냈다기 보다 던진 게 맞는 표현이다. 하루라도 빨리 쉬고 싶어 나의 업무를 이을 다음 타자가 빨리 나타나길 기도하며...

 

오늘도 난 여전히 일과 삶 속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채우기 위해 삶 속에서 에너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을 수 있는 자연,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려는 취미생활, 직업을 가진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헤맨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갈등하고 있을까? 아님 나만 서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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