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에 재편을 거듭하는 백화점①
1980년대 3저 호황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백화점도 예외는 아니어서 성장이 계속됐고 서울 및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백화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던 중 1998년 불어닥친 IMF 구제금융의 된서리를 맞고 도산, 파산, M&A 등의 피바람이 불었다.
이런 와중에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혁신의 혁신을 거듭하였다.
위기에 처음으로 봉착했던 곳이 미도파백화점이다. 1975년 우리나라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까지 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미도파백화점은 IMF 구제금융의 위기를 면하기 힘들었다. 당시 미도파는 국내 기업인 신동방과 홍콩의 페데그린 증권의 적대적 M&A에 대응,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비싼 값에 자사주를 사들이는 실수를 범하고 결국 2002년 롯데쇼핑에 매각되고 만다.
뉴코아의 경우도 1978년 뉴코아 슈퍼마켓으로 시작하여 강남붐이 일던 시절 서초구를 중심으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하여 재계 30위권 진입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뉴코아 또한 IMF에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1998년 부도를 맞게 되고 결국 2003년 이랜드에 인수된다. 뉴코아의 모태는 한신공영이라는 건설회사다. 한신공영의 창업주인 김종현 대표의 사위였던 김의철씨가 설립한 회사였다.
한편 당시 한신공영은 별도의 유통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신코아 백화점이 그것이다. 1983년 전주에서 시작된 한신코아 백화점은 1990년대 호경기에 힘입어 신도시 중심의 영업으로 노원점, 성남점, 광명점, 대전점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지만 1998년 모기업인 한신공영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세이브존에 유통문을 매각한다.
프랑스에서 들어왔던 쁘렝땅 백화점은 지방에서 출발한 점포가 역으로 서울로 진출한 최초의 사례로 남아 있다. 대구의 동아백화점을 운영하던 화성산업이 프랑스의 쁘렝땅 백화점과 프렌차이즈 계약을 맺고 서울 명동 인근에 대형 매장을 오픈, 서울로 진출한다. 위에서도 언급 했듯이 이때만 해도 ‘돌까지 팔리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다. 하지만 단일 점포로 롯데 및 신세계와의 차별점도 없어 결국엔 파산하게 된다.
진로그룹은 1980년대 후반에 새롭게 등장한 신흥강자였다. 사실 진로그룹은 IMF 이전까지 패션 시장을 주도했던 서광에서 분리된 기업이다. 옛날 서광의 주력사업은 진로소주였고 사촌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까지 겪으며 서광과 진로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어쨌든 진로그룹은 20개가 넘는 계열사를 가지고 재계순위 19위까지 올랐던 진로그룹이 아크리스와 진로백화점을 오픈했으나 무리한 확장과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맥주는 OB에, 소주는 하이트에 팔리며 2003년 1월에 상장폐지 된다.
이처럼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많은 백화점들이 들어섰다 사라지곤 했다. (to be continue)
백화점 100년 역사를 돌아본 안형준씨는 현대백화점에서 20여년간 일하며 틈틈이 일본과 한국의 백화점 역사 자료를 모아 이번 글을 썼다. 안형준씨의 글쓰기는 아직 진행중이며 연재가 끝날 즈음에 백화점의 현재와 미래가 더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