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가져다 놓아도 팔리는 백화점 ②
국내 유통에1980년대부터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를 백화점의 전성기라고 부른다. 구두, 핸드백, 귀금속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진 소비자들의 최애 구매 리스트였다. 흔히 말하는 명동에서만 구매 할 수 있었던 맞춤복, 숙녀복, 싸롱화, 핸드백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80년대 3저 호황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것도 새로운 쇼핑 시대를 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백화점 1층에는 구두, 잡화, 준보석 등이 차지했다. 백화점이 호황을 맞으며 브랜드 시대가 열렸다. 내셔널 브랜드와 라이선스 브랜드가 백화점을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기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런 변화의 조짐은 1990년대 중반 조금씩 나타났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1995년 신세계 본점에 입점하면서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백화점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1층에서 최고의 매출들을 구가하던 구두, 핸드백 등 잡화 매장은 서서히 1층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마트라는 형태의 새로운 유통이 나타나고 대형화를 모토로 급성장하며 백화점 1층 매장은 또 한 번 급변했다. 수입 화장품들이 1층 매장을 독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백화점들이 실속형 마트와의 차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급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백화점 1층 매장은 명품과 수입 화장품 매장이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의 이러한 변화는 수익에 따른 것이다. 면적은 작아도 매출은 많은, 쉽게 말해 면적당 효율이 좋은 화장품 매장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들의 수요와 백화점의 필요가 만나는 곳에 화장품 매장이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 백화점은 명품, 화장품 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명품의 확장은 백화점 생명 연장의 키를 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경기를 타지 않는 명품 매출은 2014년 카드대란 시기에 빛을 발했다.
이후로 백화점들의 명품 유치 경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3대 명품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흔히 말하는 에루샤가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알듯 세계 최초의 백화점은 1852년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e)이며 미국 최초의 백화점인 캐스트 아이언 팰리스(Cast Iron Palace)가 1862년 뉴욕에 개장하면서 세계로 백화점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어아로니 하게도 2024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규모의 백화점은 2009년 개장한 신세계 센텀시티점이다.
백화점 100년 역사를 돌아본 안형준씨는 현대백화점에서 20여년간 일하며 틈틈이 일본과 한국의 백화점 역사 자료를 모아 이번 글을 썼다. 안형준씨의 글쓰기는 아직 진행중이며 연재가 끝날 즈음에 백화점의 현재와 미래가 더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