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옷 잘 입기 - 수트
중년 남성의 옷 잘 입기가 재테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옷을 잘 입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는 수트다. 남성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옷이 바로 수트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남성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장, 혹은 신사복 등으로 애용되는 수트는 어쩌면 중년 남성의 페르소나다. 어떤 이에게는 1년에 서너 차례 관혼상제를 위한 예복으로 사용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매일 입어야 하는 작업복에 가깝다. 이처럼 직업에 따라 수트의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수트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수트를 찾기 전에 수트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수트는 동일 소재를 사용해 만든 상-하의(재킷과 팬츠)를 말한다. 여기에 베스트(조끼)는 덤이다. 수트는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나눠지며 남성용은 보통 신사복이라고 말한다. 수트라는 개념은 19세기 중반에 생겨났는데 귀족들의 예복이나 연미복을 보다 실용적으로 만든 활동복(운동복)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양복 착장법이 조선말, 대한제국 시대 왕조 관리들의 대례복과 연미복으로, 개화파 귀족들의 일상복으로 사용되면서 정착됐다. 복식사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은 네이버나 다음 검색을 이용하길 권한다.
디자인은 그 구성물의 변형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수트의 디자인을 알기 위해서는 수트의 형태와 구성물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남성 수트는 크게 단추의 배치와 숫자에 따라 싱글과 더블로 나눠진다. 좀 더 정확하게는 싱글 브레스트(single breast)와 더블 브레스트다. 싱글은 말 그대로 재킷의 앞 단추가 한 줄인 것이고 더블은 라인이 두 개다.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싱글과 더블이 번갈아 유행하곤 한다. 단추 숫자도 디자인으로 활용되는데 싱글의 경우 1~4개, 더블은 6개가 일반적인데 더 많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어 재킷의 칼라(collar, 라펠)의 형태에 따라 기본적인 노치트(notched)와 피크트(picked)로 나눠지며 이런 라펠의 폭과 길이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수트가 생겨날 수도 있다.
또 재킷의 뒤편, 등판에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디자인 포인트가 숨어 있는데 뒷 트임, 이른바 벤트(vent)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남성 재킷의 뒷 트임은 크게 노 벤트, 센터 벤트, 사이드 벤트로 나눠지며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사용하는 형태가 달라진다. 팬츠의 디자인 포인트에도 허리에 잡힌 주름을 의미하는 턱(tuck)과 팬츠 밑단의 처리 방식 등이 있다. 턱은 주름의 숫자에 따라 노 턱, 원 턱, 투 턱 등으로 나눠지며 바지 밑단에 커프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디자인이 변형될 수 있다.
이제 이런 수트를 잘 입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수트의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다만 시대의 흐림이 있을 뿐이다. 70~80년대 유행했던 통 넓은 팬츠와 박시한 스타일의 재킷, 90년대 초반 유행했던 더블 브레스트 재킷 등 시대를 대표하는 착장법은 언제나 존재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트렌드다.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은 슬림 핏과 기능성이다. 재킷도 팬츠도 모두 타이트하게 입는다. 광의의 미니멀리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단추 2개의 싱글과 사이드 벤트, 노 턱 팬츠 등 베이직한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체크 패턴과 블랙과 그레이의 베이직 컬러, 브라운과 네이비 등의 클래식한 컬러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성복 브랜드들은 스타일과 디자인 경쟁에서 소재 경쟁으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모직 중심의 수트에서 신축성을 강조하는 기능성 소재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슬림 핏으로 디자인된 수트를 입고도 달리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착용감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많아졌다.
수트를 입는 스타일은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 즉 브랜드에서 권하는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이 제일 좋다. 남성 잡지와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이런 기본적인 스타일이 눈에 들어왔다면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골르면 된다. 자신의 체형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슬림 핏을 그대로 착용하면 되고 몸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넉넉한 사이즈를 입는 것이 좋다. 다만 요즘에는 수트 사이즈가 상당히 세분화됐다. 예전에는 미디엄, 라지, 엑스라지 혹은 95, 100, 105 정도의 사이즈로 구분했는데 요즘에는 100을 기준으로 101, 102, 103 이런 식으로 사이즈가 세분화됐다. 따라서 매장에서 내게 맞는 사이즈를 정확히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팬츠는 수선이 가능하니 허리에 맞더라도 조금 넉넉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수트는 요즘 유행하는 비즈니스 캐주얼과 달라서 클래식한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남성복 시장에서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신사복 브랜드와 조금 더 젊은 스타일의 캐릭터 캐주얼을 구분한다. 신사복은 ‘갤럭시’, ‘마에스트로’, ‘캠브리지’ 등이 대표적이며 캐릭터 캐주얼은 ‘지이크’, ‘지오지아’, ‘트루젠’, ‘엠비오’, ‘인터메조’ 등이 있다. 이것도 가격에 따라 유통에 따라 조금 더 촘촘히 구분할 수 있다.
또 젊은층 사이에서는 수트와 스트리트가 결합된 스타일, 이것을 요즘 아이들은 시크하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데님에 수트를 입었던 기존 세대들의 착장법과 달리 요즘에는 맨투맨(정확히는 스웨트 셔츠)이나 후드(후디가 맞는 표현)에 수트 팬츠를 매치해 스트리트 스타일로 표현한다. 수트 팬츠를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한 일부 브랜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다.
문제는 이런 스타일의 수트가 내 옷장에 있느냐다. 수트를 자주 입어야 하는 영업직의 남성들은 이런 옷들이 대체로 많다. 그리고 요즘 스타일도 잘 안다. 때가 되면 달라지는 스타일에 따라 수트를 구매하고 또 여벌의 수트를 돌려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대면이 없는 직업이거나 은행원과 같이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직업군이라면 트렌드 보다는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는 수트를 권한다. ‘10년을 입어도 1년 입은 듯한 수트’라는 광고 카피처럼. 그리고 수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수트를 입는 자리를 피하거나 남의 시선을 무시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수트의 가격은 한 착에 수천만원에서 몇 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신상품은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선택하면 될 일이고 아주 일반적인 직장인들 중 품격을 갖춘 수트를 원하는 사람들은 백화점 브랜드(갤럭시, 캠브리지, 마에스트로, 엠비오, 지이크 등)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드를 원한다면 인터넷이나 가두점 브랜드(지이크 파렌하이트, 앤드지, 로가디스, 트루젠, 젠 등)를 권한다. 또 특이 체형의 사람이라면 동네에 다시 생겨나기 시작한 맞춤 수트를 추천한다.
신상을 구매할 여유가 없다면 옷장에 있는 오래된 수트를 꺼내 수선을 맡겨보자. 수선은 소재와 컬러 등 옷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것을 바꾸지는 못해도 최신 스타일로 변형은 가능하다. 수선할 때 샘플은 하나 있어야 한다. 재킷의 품과 팬츠의 길이 및 폭을 샘플에 맞춰 신상처럼 탈바꿈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만원의 행복을 맛볼 수도 있다.
수트를 수선한다는 것은 변형할 수 있는 여력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맡긴 그 슈트가 그 만큼 기본에 충실했던 옷이었다는 반증일 수 있다. 40~50대 남성들은 보통 대학을 입학하면서 수트를 선물받았을 확률이 높다. 당시 ‘하티스트’, ‘반도’, ‘맨스타’ 등이 이 같은 입학과 졸업 선물용으로 인기였다. 20~30년 전 이 수트의 가격은 20~50만원 정도였다. 지금도 이 가격으로 수트 한 벌을 살 수 있다. 다만 그때처럼 좋은 소재와 부자재, 봉제의 완성도를 찾기는 어렵다. 수트는 유행에 민감한 것 같으면서도 유행에서 벗어난 이상한 옷이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면 이런 수트를 찾는 방법을 곰곰히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