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대를 관통해 온 30년의 에너지와 변함없는 밴드 정신을 품은 크라잉넛이 패션 매거진 ‘엘르’ 화보와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화보는 거칠고도 따뜻한, 그리고 여전히 청춘처럼 유쾌한 크라잉넛의 활력을 세련된 시선으로 포착했다.
촬영과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멤버들은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현재 홍대 ‘상상마당’에서 원활히 진행중인 30주년 기념 전시 ‘말달리자’에 대해 이상면은 “30주년이 대단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기념비적인 해를 발판 삼아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고민과 마음가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멤버들의 우정은 밴드 해체가 잦았던 한국의 음악 신에서 유독 독보적인 지속성으로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정말 재밌게 놀던 관계가 음악 활동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며 한경록이 덧붙였다.
크라잉넛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펑크, DIY, 날것의 정서에 관해 이상혁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부딪혀보는 그 자체가 펑크 정신”이라고 설명하며 클럽을 전전하며 밤마다 연주한 경험은 이 밴드를 지금의 크라잉넛으로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크라잉넛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마다 ‘말 달리자’를 지나칠 수 없는데 이상면은 “크라잉넛의 전과 후를 가르는 곡”이라며 ‘레전드’ 무대에 관해 박윤식은 ‘1996년 홍대 스트리트 펑크 쇼’를 꼽으며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펑크 록 문화를 받아들이고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걸 체감했고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30년이 흐른 지금, 크라잉넛은 새로운 세대와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난다. 지난 9월 국민대학교 축제 무대에서 20대 관객들이 ‘말 달리자’, ‘좋지 아니한가’, ‘룩셈부르크’ 등을 ‘떼창’ 하는 모습은 멤버들에게도 새로운 충격이었다고 “요즘 친구들이 곡을 공부하고 와서 다 따라 부르더라”고 말하는 이상면의 표정에는 시대를 뛰어넘은 음악의 힘에 대한 감동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