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잠잠해졌다. 장마로 난리가 나는 줄로만 알았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지금은 건물을 지을 때 설계단계에서 장마 등 물난리와 지진 등에 대해 대비한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툭 하면 물난리로 곤혹을 치르곤 했다.
이런 물난리는 사회적인 현상만으로 볼 일이 아니다. 백화점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그것도 옛날에 지어진 백화점에서는 물난리로 고생하곤 했다고 한다. 선배들에게 들었던 얘기다.
선배들에게 들었던 얘기 중에 1990년도 서울에 큰 물난리가 났더랬다. 그 때는 서울의 모든 거리가 성인 허리 정도의 물에 잠길 정도였다. 사람들이 전기에 감전돼 죽기도 하고 시내의 웬만한 건물에는 물이 스며들었다.
백화점도 마찬가지여서 지하에 위치한 식음료와 창고들은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그 많은 상품들은 손 쓸 새도 없이 물에 젖어버렸고 그걸 폐기처분해야만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렇게 버려지는 상품은 누구의 손해로 기록될까? 답은 간단하다. 백화점은 위탁 판매처이기 때문에 손해도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입점 업체의 몫으로 돌아간다. 미안한 일이지만..
어쨌든 옛날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물난리로 백화점도 곤혹을 치렀지만 지금은 그럴 일이 거의 없을 것으로 안다. 그만큼 설계도 잘하고 수시로 안전점검도 실시하기 때문에 확률이 낮아진 것이다.
지긋지긋한 물이 물러나니 이제 습기를 머금은 찌는 듯한 더위가 찾아왔다. 옛날처럼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피서를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