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덕현 에세이) 기쁜 일은 고객과 함께 나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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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덕현 에세이) 기쁜 일은 고객과 함께 나눠라

2002년은 축구 하나로 뜨거운 해였다. 한국이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 그룹 사장단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단체 출장이 있었다. 출장 기간에 8강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경기를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을 하기로 하고, 8강에 진출하게 되면 당사 제품을 5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임원 회의에서 제안하였다.

 

한국의 8강 진출은 한국 축구 역사상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 때 스포츠 의류사업의 선두주자인 코오롱이 소비자에게 진정한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놓은 나케팅안이었다. 상대는 이탈리아였다. 승리하면 모든 제품을 50% 할인하라고 주문하였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비밀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임원들은 50% 할인을 하면 이익이 없다고 20% 할인을 주장하였다. 여기서 50% 할인이냐 20% 할인이냐를 놓고 긴 논쟁이 있었다. 나는 소비자에게 진정한 보답을 하려면 50% 정도는 해야 하지 않냐고 하고, 임원들은 담당 본부의 손익을 먼저 생각했다. 결론은 대표이사의 직권으로 50% 할인을 경기가 승리로 끝나는 순간 오픈하라고 하고서 중국 출장을 갔다.

 

한국의 8강 경기는 상하이 하얏트 호텔에서 그룹 사장단과 함께 시청하였다. 한국의 8강 진출로 경기가 끝나는 순간 나는 전 그룹사 사장단에게 내일 FNC코오롱 전 제품 50% 할인을 한다고 오픈하였다. 사장단은 한국의 승리와 50% 할인이라는 기쁨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가족과 친지에게 연락하여 50% 할인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다음 날 저녁, 서울 본사로 연락하여 매출 상황을 알아보았다. 내가 출발하고 나서 본부장들이 30%로 하기로 하고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거로 수정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또한 매장에서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졌으며, 경기가 끝난 밤에 고정 고객들에게 연락하고 미리 준비한 홍보를 밤새워 진행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 결과 8강 진출 다음 날 하루 매출이 50억원(소비자가)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최초로 달성한 신화였다. 그 후 스포츠 경기가 마케팅에 이용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코오롱이 월드컵으로 스포츠 마케팅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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