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높은 나무에 올랐다.
하필이면 그 나무는 가시나무. 조심조심, 한발한발 위태롭게 나무 가지 위를 걸었다.
더 이상은 무리다 싶어 옆에 솟은 참나무로 옮겨 가기 위해 가지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지마다, 줄기마다 삐죽 삐죽 솟은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서
식은 땀을 흘리며 조금씩 발을 움직였다.
중심을 잡기 위해 매달린 머리 위 가시나무 줄기는 날카로운 가시가 가득했다.
자칫 한눈을 팔면 손을 크게 다칠 수 있었다.
발도, 손도 모두 부자연 스러운 상태에서 발을 떼는 순간
따님은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며 나무를 흔들었다.
이 굵은 나무가 저 초등학생이 민다고 흔들리겠나? 하고 안심하는 순간,
나무는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난 추락했다.
눈동자 옆으로 날카로운 가시들이 솟구쳐 오른다.
“으~~허~~헉~~” 비명을 질렀다.
우당당 쿵!!
바닥에 내 몸둥아리는 내덩이쳐 졌다.
얼굴에 상처가 났는지 얼얼하다.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따님의 얼굴을 째려 봤다.
“아~ 빠~~”
따님이 부른다.
화난 얼굴로 따님을 째려봤다.
“아빠 괜찮아~?”
침대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안부를 묻는다.
가시나무도 참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난 침대 아래 누워 있다.
“응.. 괜찮아..”
아.. 이 창피를 어쩔고...
“왜 밑에 있어?”
“음.. 자다가 떨어졌나봐.. 아빠 괜찮으니까 어서 자~~”
따님의 가슴에 손을 얹고 토닥거리며 다시 잠을 청했다.
침대에서 따님의 영역은 70%, 아빠의 영역은 30%다.
그 30%의 영역마저, 잠결에 움직임이 활발한 따님에게 침범당하기 일쑤다.
종종 발에 채이기도 하고, 주먹에 얼굴을 맞기도 하고,
이날 처럼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따님과 함께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