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스토리) 양지로 나온 B급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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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스토리) 양지로 나온 B급 선수

BHChoice 0 2019.07.23

  

BHChoiceMarket Story 15 - 양지로 나온 B급 선수

 

얼마 전 지인이 제품 하나를 들고 잘 파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왔다. 많은 분들이 판매 전략이나 제품에 대한 마케팅 기법에 대해 묻는 일이 종종 있는 편이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해당 제품은 기능이 뛰어난 최고(?)라고 자기의 제품에 대한 자랑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다. 물론 가끔은 끌리는 제품이 있기도 하지만 상담의 대부분은 글쎄요로 시작해서 그럼 열심히 해보세요로 마무리된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인이 가져온 제품은 로숀 계통의 화장품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거칠어진 남성의 손에 바르면 부드러워져서 부부 사이의 스킨십에 감촉을 좋게 할 수 있는, 그래서 상대 여성이 만족감을 갖게 되는 일종의 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화장품이란다. 실제 손에 발라 보니 매끈매끈해지는 것은 분명했다. 장황한 설명이 끝이 나고 이제 내가 답을 해주어야 할 타임이 됐다. 아니 대답하기 전에 물어볼 것이 너무 많았다.

 

첫 번째 질문은 누가 이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이어서 이 제품을 사용해서 만족하는 소비자는 누구인가?’, ‘구매자와 최종적인 효용에 만족하는 사람은 동일인인가’, ‘구매자는 당신이 제안하는 가격에 기꺼이 지불할 정도의 Needs를 가지는가?’, ‘구매자는 어디에서 이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등등 때로는 일반적일 수 있는 질문들을 반복적으로 던졌다. 지인의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여기에서 단순하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self-absorbed)’이라는 의미이다.

 

문화(Culture)를 분류할 때 ‘B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B이란 정교하게 잘 만들어지지 않고, 뭔가 부족하거나 허접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 또는 대놓고 드러내기 쉽지 않은 현상들을 통칭해서 표현한다. 최근의 광고 기법들을 보면 ‘B정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지도 못할 기법들임에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대중에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B급 문화가 더 이상 음지에 머무르지 않고 숨길 수 없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만큼 양성화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사례로 가수 PSY의 음악은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B급 음악이라고 평가한다. PSY 본인도 그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의 취향은 ‘B’”이라고 당당히 소견을 밝힌 것을 본 적이 있다. ‘강남스타일노래 가사와 안무를 보면 결코 고상하지 않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상식의 관점으로는 아름답다거나 멋진 음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대로 터부시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흥행을 이룬 사실은 ‘B급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이미 기반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지인이 가져온 제품은 분홍색으로 조잡하게 디자인된 포장지에 여자에게 참! 좋은데 말하기 곤란해라는 문구와 거친 손이 즉시 부드럽고 미끌어 스킨쉽 시 감촉이 업됨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써 판매를 희망한다면 일반적인 판매 방식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유통 채널도 달리 알아봐야 할 것이다. 소위 ‘B급 마케팅전략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필자가 해당 시장의 규모와 특성 등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는 없었다. 다만 아무리 B급이라고 해도 포장 디자인을 조금은 새롭게, 즉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바꾸라는 말과 해당 유통업계에 있는 사람들과 제품의 효용가치를 가질 수 있는 타겟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가져보라는 조언과 함께 역시나 열심히 해 보라는 말로 돌려보냈다.

 

‘A이건 ‘B이건 장사를 하려면 무엇보다 해당 시장을 분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끊임없이 ‘customer’s mind’, ‘end-user’s mind’의 관점으로 시장에 접근하라는 주문을 한다. 시장에 나아가고자 한다면 ‘maker’s mind’를 철저하게 버려야 한다. 하나의 제품(product)’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그때부터는 제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안된다. ‘제품은 만들어진 재화 또는 용역이다. 시장은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매매가 가능한 재화와 용역을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품이 아닌 상품(goods)’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지인의 제품을 저속하다고 폄하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언더그라운드 시장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고, 음지유통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분명 그쪽에도 시장은 있고 소비자는 있기 마련이다. 단지 사람들이 대놓고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소위 ‘B급 상품이기 때문에 별도의 ‘B급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B급이 늘 음지에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제 양지로 나온 B급 선수들을 주목할 때가 된 듯도 하다.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격언을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B급 마케팅에 눈을 떠보면 어떨까? 우리도 PSY의 그것처럼 무언가 대박을 엮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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