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패러다임이 놀라울 만큼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몇 년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코로나 때문에 앞당겨진 것인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도래한 신문물인지 당황스럽긴 매한가지다.
문제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우리의 자세다. 사실 퍼스널 컴퓨터가 우리 앞에 다가오기 전까지 우리는 모든 문서를 수기로 작성해야 했으며 매장에서의 결재도 전산이 아닌 카드 전표를 긁는 카드 리더기로 해야 했다. 가끔 리더기를 찾지 못하면 전표는 볼펜으로 긁어 사용하기도 했다. (요즘은 이게 뭔 말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사무실 책상마다 컴퓨터가 설치되던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배우던 친구도 있었고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서를 열심히 열독하던 기억도 있다. 특히 한글 자판을 익히려고 한글 타자 연습 게임으로 점심 내기를 하던 때도 있었다.
당시 약간 나이가 있던 선배들을 이런 노력에 동참하지 못하고 독수리 타법을 고수하고 엑셀이나 한글 파일을 아래 직원에게 점심을 사며 부탁하는 일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젊은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 이게 이렇고, 저게 저렇고 설명하지만 알아듣지 못해도 아는 척 돌아서는 때가 많아진다.
물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개념도 정리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점검도 빼놓지 않고 있지만 그 옛날 독수리 타법으로 한글문서를 만들고, 엑셀파일 한 장을 만드는데 하루를 꼬박 소비했던 그 선배를 바라보던 내 시선이, 뒷꼭지에 그대로 꽂히는 때가 제법 많아진다.
이렇게 패러다임은 빠르게 달라지는데 조직을 구성하는 문화와 그걸 시행하는 방법은 여전히 그 옛날 그대로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인물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