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는 100일 즈음부터 옹알이를 잘 했습니다.
옆에 누워 그림책을 읽어주면 눈이 똥그래지면 ‘옹앙옹알’ 옹알이를 했습니다.
옹알이를 너무 잘해 세상의 모든 아빠가 그렇듯이 저도 ‘이 녀석 천재구나!’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100일이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이수가 침대에서 자고 있더군요.
(당시 침대는 엔티크 풍이라 높이가 꽤 높았습니다)
이수가 깨지 않게 조용히 마눌님이 차려준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애기를 하고 있는데...
쿵!..........침묵..... 으아아아앙!!!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 초 후 이수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이수가 뒤척임을 하다 침대에서 떨어진 겁니다.
하.. 그 어린 놈이 몇 바퀴를 굴렀길래....
아무튼 그 뒤로 한 동안 이수는 옹알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 이수랑 저녁을 먹다가 아기 때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넌 옹알이를 잘했다, 그림책을 보며 옹알옹알 잘도 말했다.... 네가 침대에서 떨어지지만 않았어도, 지금 보다 몇 배는 똑똑했을 것이다’ 등등...
“아빠! 뭐야 지금 나보다 다른 이수를 더 좋아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이수 어릴 때 얘기하는 거잖아!”
“아니. 아빠 얘기는 지금 난 멍청하고, 옛날 아기 때 이수는 똑똑하다는 거잖아~~”
“하, ㅜ,ㅜ 지금 이수 너도 똑똑한 데 그 때 일이 아니었으면 더 똑똑했을 거라는 얘기지...”
“그 말이 그 말이지.. 어쨌든 난 옛날 이수보다 덜 똑똑하다는 거잖아...”
“아.. 그렇게 결론내면 안 되지...”
아. 이녀석 질투의 화신입니다.
어떻게 자신의 과거를 질투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