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덕현 에세이) 때가 되면 떠나지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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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덕현 에세이) 때가 되면 떠나지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나는 형님 한 분과 두 분의 누님, 그리고 남동생까지 32녀의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 나와 동생에게 형님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형님이 연세대학교를 졸업하시고, 나도 연세대학교를 졸업하여 시골에서 형제가 연세대학교를 다녔고 동생은 공군사관학교를 다녀 부모님은 겉로는 표현하시지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자랑스러워하셨다.

 

형임은 일찍이 고향으로 내려가 고향을 지키고 계시다 약 10년의 투병 생활을 하시다 201111월말에 돌아가셨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형님을 모시던 날 그룹 비서실에서 잔화를 받게 된다. 2011년도로 그룹 세대교체를 하니 백 사장도 은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는 순간 패션사업의 틀을 바꾸어야 하는데, 회사를 위한 새로운 방향도 말씀드려야 한 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미 결정난 상태에서 내가 스스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화로 아무 이야기 없이 알겠다고 대답하였다.

 

신입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그것도 같은 회사 대표이사를 두 번한 나로서는 어떠한 미련도 없었고, 직장생활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19777월 입사하여 201112월로 사직할 때까지 코오롱에서만 34년을 보낸 것이다.

 

형님을 떠나보내는 날, 코오롱과의 인연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인간사 만나면 반드시 헤어진다고 하지만 형님과의 60여 년의 생활과 코오롱과의 약 34년의 인연을 동시에 이별하게 되니 나의 인생에서 하나의 새로운 획을 긋게 되었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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