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변명이라는 연재를 준비하면서 주변인들은 걱정 어린 시선을 건넸다. 그 걱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결국 이런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꼰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의무 방어전처럼 꼰대들의 변명을 늘어놓을 계획이다.
첫 번째 사연은 상장한 패션기업에 다니는 50대 초반의 고위 임원 이야기다. 편의상 A라고 칭하자. A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유명한 패션기업에서 MD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의 이직이 있었는데 외국계 기업이어서 고액의 연봉은 물론 수평적인 조직 구조에서 일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A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다니던 회사가 외부적인 변수로 인해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구조조정의 대상에 오른 것이다. 가는 세월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나이든 고위 임원이 이럴 때 정리 대상이 되는 것은 콩으로 메주를 쑤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은 스펙은 그에게 새 직장을 쉽게 찾아주었다. 지금 다닌 회사가 그곳이다. 몇 개 안되는 상장사여서 직원 복지는 물론 비즈니스 구조, 업무 프로세스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다른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적응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오너쉽이 너무 강해서 소통이 어렵다는 점이다. 상장사인데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를 위한 거의 모든 결정이 오너의 말 한마디에 따라 달라진다고. 그리고 회사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은 이 같은 결정구조를 알기 때문에 그에 맞춰 일거리를 찾는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결정구조는 A가 맡고 있는 사업부 전체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A는 기존 사업부와는 다른 분위기와 프로세스를 만들고 싶었고 사업부 구성원들에게도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A의 말과 행동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A의 의도가 아니라 회사의 구조 상 어쩔 수 없는 결정들이 반복되고, 이게 반복되면서 A도 결국 이 회사의 오래된 임원처럼 꼰대로 분류되고 만다.
A는 이렇게 항변한다. “꼰내는 내가 아니라, 조직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조직의 임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지는 나중에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