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들이 롯데백화점의 파격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유통 출신의 인사를 대표이사에 선임한 것부터 그 대표이사가 기존과는 다른 조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게 파격 행보의 핵심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파격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 듯하다. 누구나 다 하는 걸 이제야 실천한 것을 두고 파격이라고 표현하는 건 마치 “우리 아기가 아빠라고 말 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내 눈에 비친 아이의 옹알이를 아빠라고 알아서 해석하는 아빠의 마음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롯데의 파격 행보에는 별도의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롯데에서는 처음’, 혹은 ‘롯데 기준에서는 파격’, 롯데를 기준점에 둔다면 파격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롯데는 지금까지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내 유통의 질서를 만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걸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해결하고 해쳐나갈 수 있었다.
이런 질서에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 트랜스포메이션은 시스템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온라인에 최적화돼야 한다. 그런데 롯데는 지금까지의 행보에서 볼 수 있듯이 외형만 온라인화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가장 큰 이유는 롯데의 일사불란함, 조금 더 직접적으로는 상명하복식의 조직구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아픔 때문인지 정준호 대표 취임과 정 대표의 파격적인 인사, 그리고 그걸 설명하는 친절한 동영상까지, 지금까지는 없었던 롯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조직개편의 내용에도 외부 인력을 적극 영입하겠다는 점과 여성 임원을 늘리겠다는 것 등도 기존 롯데와는 다른 점이다.
그런데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3개로 나눠진 백화점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것인데 이번 통합의 이유를 정준호 대표는 바잉 파워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지금까지 변화의 내용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고 중요한 것은 힘의 논리를 보다 더 명확히 하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바잉 파워를 높여 롯데의 힘을 과거와 같이 높이고 그 힘으로 입점 브랜드를 줄세우겠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간 유통에서 이런 과거지향적인 사고방식을 파격이라는 말로 치환한 게 아닐까 하는 우려의 마음이 남는다. 그래서 롯데 인사의 결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