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화(angry)가 사회를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나부터도 별 것 아닌 일에 벌컥 화를 내놓고는 후회한다. 또 화를 당한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의도치 않은 화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요즘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은 나와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화를 내는 것도, 그 화가 일어난 이유도, 그리고 결과까지도 모두 경쟁 후보측에 돌려버린다. 인지부조화의 총체다. 어쩔 때 뉴스를 보고 있으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조금만 생각하면 원인과 결과를 쉽게 알 수 있는데, 뉴스들은 이런 틈을 주지 않는다.
정치 뿐 아니다. 요즘 2030세대 사이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듯 보인다. 이대남, 이대녀 등 20대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분석한 글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결론에 한 마디씩 덧붙인다. 이들의 갈등은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여성의 과도한 성 평등의 개념 때문에 이런 성 갈등이 생겨났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결론에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손을 잡은 것처럼 의견을 같이한다.
어느 세대에나 성 대결은 있었다. 4050세대에서의 성대결은 남성과 여성의 할 일의 범위를 두고 벌어진 갈등이 대부분이었다. 집안일은 여성, 바깥일은 남성이라는 기존 세대의 관념들이 이 세대까지 전달됐다. 맞벌이가 보통이 된 집에서는 일일이 같은 양으로 일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갈린다. 2030세대로 넘어오면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다르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여성은 집안일을 하고, 수동적이고, 육아를 맡고, 밥하고, 빨래하고 남성은 육체 노동을 해야 하고, 회사에 다녀야 하며, 가장의 역할을 하고, 운전하고, 짐 옮기는 일을 하는 그런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
물론 보수적인 우리나라 가정 구조상 여전히 절대적 비중은 남녀 성 역할을 중시한다. 그러니 성 대결을 둘러싼 여러 의견은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제발 상대 성을 비난하지 말고 비정상적인 성 역할을 바로 잡는데 신경을 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