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광군제가 끝이 났고 우리나라의 코리아 세일페스타도 끝났다. 이랜드는 이번 광군제에서 하루 매출이 1천억원을 돌파했다며 자랑한다. 하루에 웬만한 중소기업 연 매출을 올렸으니 자랑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코리아 세일페스타에서 특정 브랜드가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는 말을 듣지는 못한 것 같다. 지난 번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세일 페스타가 중국 광군절이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지 않은 상황 시스템 때문일 것이다. 결국 올해도 행사를 밀어내듯 치른 경향이 있어 보인다. 우리처럼 유통에서 일하는 사람도 이럴진대 패션 쪽 입장은 어떨지 알 만하다.
세일 시즌이 지나고 백화점에도 휴식이 찾아왔다. 휴식이라야 행사가 없어진 수준이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얻었다. 사실 이번 달을 시작하며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에 큰 기대를 걸었다. 아직 전체를 평가할 건 아니지만 그 기대가 부질없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위드 코로나로 백화점을 찾는 게 아니라 술집으로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퇴근길에 둘러보면 중심가나 변두리나 술집에는 손님이 가득 찼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북적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가 창궐한 지난 2년을 동안 버티지 못한 가게들은 벌써 폐업을 했거나 문을 닫았고 빚으로 버틴 가게들은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일 게다. 이게 얼마나 지속될 지는 개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에 달려 있겠지만 지난 2년 빈익빈부익부 현상으로 소비가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런 소비 흐름이 백화점까지 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물론 백화점은 이미 명품 등 고급 소비재의 인기로 전년 대비 신장세에 있다. 하지만 백화점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호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혼란한 시기에 필요한 건 실력 보다는 멘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뛰어난 실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게 정석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를 붙잡고 버티는 강력한 멘탈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