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섣부른 바람일까? 최근 부쩍 잦아진 매체에서의 복원, 회복 같은 키워드 차용은 긴긴 코로나 재해 너머 새로운 새벽을 재촉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기대감은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소비 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2021년 9월은 코로나 충격파 이후 무려 20개월만에 처음으로 2019년의 패션소비 규모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9년 9월과 2021년 9월은 모두 공히 추석 명절 특수 기간을 품고 있어 이 같은 물리적 맞비교에 그다지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 패션 소비의 확장 일반화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호혜 조건에 전혀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는 오프라인 중심 기업들의 회복 지수는 아마도 전혀 다른 맥락으로 체감되리라 판단된다.
의류와 신발, 그리고 가방 품목을 포괄하는 전체 패션소비 규모에서 온라인 유통채널을 경유한 소비 비중은 이제 전체 시장을 지배하리만큼 충분히 커졌다. 2019년 25%를 돌파한 이후(25.1%) 코로나 변수의 확실한 부스팅으로 2020년 30%를(32.4%) 단번에 뛰어넘었다. 2021년 역시도 여전한 규모 확장을 지속하며 어느 새 전체 시장 규모의 1/3에 육박하는 수준(32.7%)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패션 소비의 경우 2021년 8월 누계기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자체는 두 자리 수 이상이라고는 하나, 규모의 실상은 2019년의 동일 기간 대비 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다. 여기에서 포착되듯 문제는 전년비로 현실을 흐리는 행태이다. 기업 조직의 평가 과정은 위로도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하고, 격려도 필요하다.
하지만 조직의 모두가 공범이 되는 침묵의 증가율 일변도의 확대 긍정은 절박한 변화의 이유를 자주 희석하는 악수(惡手)가 된다. 사실 평가와 판단의 출발은 보다 나은 비즈니스 전략의 준비와 조정 그리고 실행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경우 필요한 평가와 판단을 통해 실제 비즈니스 과정에서 의사결정으로 수행되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우리 패션기업의 경우도 별반 다르진 않을 것이다. 수많은 KPI 지표가 보다 효과적인 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인사라는 조직행정 행위 측면 변명을 무한 확보하려는 목적일진 분명하지 않다. 무언가 기준은 있어야 하겠는데 점유율, 유지율, 승수율 등 소위 ~율과 관련된 지표는 추출과 획득의 어려움으로 서둘러 배제되고 안이한 전년비만 최고 최상의 지표로 옹립된다.
패션 비즈니스의 과학화 화두 이면에는 언제나 데이터의 빈곤이 걸림돌로 제기된다. 사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데이터는 차고 넘치는데 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경험과 역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문제가 많은 줄 알면서도 더 나은 지표의 추출과 획득이 다소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전년비에 매달린 결과가 오늘의 오프라인 중심 패션기업의 위상이다.
수십 년 경험을 내세우는 오프라인 패션기업의 분석과 예측이 온라인기반 패션기업 대비 상대도 되지 않는 수준의 결과 열세로 내몰리는 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심화되는 오프라인 패션기업의 경쟁 열위는 한 마디로 전년비 이상의 판단이 없는 데이터 지렛대의(Data Leverage) 경쟁열세와 무관하지 않다.
Number Talks을 이야기하며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건 언제나 숫자라고 강조하는 최현호 MPI컨설팅 대표의 칼럼 아닌 칼럼입니다. 숫자를 다루다보면 언제나 조금의 아쉬움이 남기 마련. 그래서 칼럼의 제품도 ‘유감일지’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