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린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본 따 만든 국내 최대 쇼핑 행사다. 그래서인지 처음 생겼을 때는 이름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렀다. 중국에서는 비슷한 시기인 11월 11일 타오바오에서 광군절을 개최한다.
11월 초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대규모 세일 행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이 주도하는 형식이고 중국의 광군절은 온라인몰에서만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처음에는 정부가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도하다 현재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내용도 달라지는데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이 보유한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세일이어서 세일율이 조금 더 클 수 있다. 또 광군절은 온라인 입점 브랜드와 알리바바의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소비를 이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위한 별도 상품을 개발하지 않는 한 세일을 한번 더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지기 어렵다고 본다.
사실 백화점 입장에서도 이 세일페스타가 큰 메리트를 가지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백화점은 경쟁 점포와 물량 확보 싸움을 벌이는 게 현실인데 이렇게 확보한 물량을 동시에 진행하는 세일 이벤트에서 판매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유통사가 아니라 메이커가 주도하기 때문에 유통들을 들러리를 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메이커의 입장에서도 세일페스타를 위한 기획을 별도로 하거나 이번 시즌 재고 물량이 많이 남았을 경우가 아니면 세일페스타에서 얻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세일 시기를 세일페스타 시기에 맞춰 소비 진작 효과를 일으키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반 강제에 가까운 세일 참여 보다는 경제의 선순환을 위한 구조적인 전환, 예를 들어 세일 페스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사전 펀딩이라든지, 메이커들의 재고 물량 확보를 위한 획기적인 결제 시스템 전환이라든지. 이런 미끼들이 있지 않다면 페스타에 참여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