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친구들이 오늘 노량진에 가서 인생네컷 찍자고 하는데....”
“인생네컷이 뭔데?”
“음 즉석사진 같은 건데, 요즘 유행하는 거야...”
“엄마 아빠 없이 친구들이랑 갈 수 있어?”
“내 친구 OO이랑 같이 가면 돼~”
“그럼 아빠가 차로 데려다 줄께, 친구한테 4시에 만나자고 해”
“그런데 엄마가 허락할까?”
“네가 잘 설득해야지. 안전하게 다녀오겠다고..”
토요일 바이올린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다가 따님이 조심스레 말을 꺼냅니다.
같은 반 친구 4명이 모여서 인생4컷을 찍으러 간다고 합니다.
아빠 엄마 입장에서는 조심스럽습니다.
아이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번화가에 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이랑 같이 간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4명이서 번화가를 다니다 혹 사고라도 당할까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친구들 모임에 빠지는 것도 아이에겐 큰 후회로 남을 일입니다.
아빠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고향친구들끼리 강릉에 놀러가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부모님은 할 일이 많고 위험하다며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강릉으로 떠나는 날 아빠는 부모님의 밭일을 도우러 나갔습니다.
밭일을 하다 마을을 보는데 친구들이 경운기를 몰고 출발하는 게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하염없이 쳐다보며 아쉬워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친구들은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나와서도 그날 일을 무용담처럼 얘기합니다.
경운기를 몰고 충북 음성에서 강원도까지 가면서 겪었던 일, 강릉 해수욕장에 경운기를 세우고 바다구경을 한일...
친구들의 무용담 속에 아빠는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부모님도 그 날의 일을 후회한다고 얘기하십니다.
친구들이 떠나는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식의 모습을 부모님도 곁에서 지켜보시며 마음 한켠에 미안한 마음으로 쌓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아빠와 같은 후회를 남겨주기 싫었습니다.
따님이 엄마의 허락을 못 받으면 아빠가 나서서 받아 줄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마눌님도 흔쾌히 허락을 해줬습니다.
아이를 보내놓고 몇 시간 동안 불안감과 잘 다녀올 거라는 믿음이 오락가락했습니다.
“따님아, 너네는 6학년이라서 학교에서는 너희가 왕고처럼 느끼겠지만 학교 밖에서는 아직 꼬맹이들이야. 그러니까 너무 으스대지 말고 조심히 놀다 와~”
“알았어. 조심할 게. 그런데 학교에서는 다 우리 밑이긴 하지. ㅎㅎㅎㅎ”
아이에게 조심히 다녀오라고 몇 번을 당부하고 아이를 친구들에게 보내줬습니다.
아이는 친구네 집에서 한 두시간을 더 놀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왔습니다.
친구들과 찍은 인생네컷 사진을 보여주며 친구들과 보낸 일들을 조잘댑니다.
사진도 찍고,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도 먹고, 문구점에 가서 쇼핑도 했다며 즐거워합니다.
아이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부모의 마음도 행복해 집니다.
초등학교 6학년 돼서 따님은 부모 도움 없이 첫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아이는 아마도 이 날을 성인이 돼서도 기억할 것입니다.
이 4명의 친구가 이 날을 기억하며 수다를 즐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진은 11번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