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닌 상황을 일컫는 고사성어인데, 고사성어의 어원을 따지고 싶지는 않고 그저 요즘 상황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냥 꺼내본 단어다.
실제로 백화점들은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닌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반짝 매출이 상승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4월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며 방역이 강화되고 자연스럽게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때문에 유통계는 물론 전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지난해 이맘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 느껴진다.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결이 완전히 달라졌다. 작년만해도 국가 재난에 대처하려는 의지를 많은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의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졌다. 특히 백화점에서 일하는 판매사원들에게서 이런 걸 느낄 수 있다.
백화점 판매사원들은 보통 특정 브랜드의 직영 사원이거나 개인사업자인데, 최근에는 대부분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백화점이 일터이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생계를 위협받게 된다.
백화점 밖 음식점 사장님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 자영업자들이 작년에는 방역에 동참하며 자신의 손해를 참아가며 버텼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진 것이다. 대출로 연명하는 것도 힘들어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왜 우리만”이다. 더 많은 걸 가진 사람들은 코로나에서도 잘 버티는데, 유통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 방역구조와 상생의 방안 보다는 일방의 통보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자신들의 피해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들의 감내가 있었기 때문에 백화점도 버틸 수 있는 것이고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백신 확보와 치료제 개발 및 확보에 힘을 쏟아야겠지만 특정 사업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방역 조치가 필요해보인다.
봄이 왔어도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마스크를 단단히 챙기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