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사업은 지금 리스크가 매우 높은 사업이다. 고비용이 들고 효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비용이란 인건비, 사무실 비용, 마케팅 비용, 매장 비용, 사전 생산에 따른 재고 비용, 물류비용, 판매비용 등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 효율이 낮다는 것은 생산 후의 제품판매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높은 리스크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옷값이 비싸다고 느낀다. 그러면 자금 리스크를 줄이고 판매의 효율성을 높이면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타난 세계적으로 알려진 의류브랜드가 자라, 유니클로와 같은 SPA 브랜드다.
이러한 월드와이드 SPA 브랜드를 모방하여 한국에서도 타 회사에서 비슷한 모습의 브랜드가 나왔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일부 모습은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 10년에 걸쳐 새로운 모습을 만들 수 있는 로드맵을 계획하고 있었다.
자금 수요를 줄이고자 사무실 인원을 줄이고,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패션 회사와 제품 생산자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백화점이나 대리점 등 중간 유통을 생략하고 새로운 유통을 만든다.
새로운 유통이란 움직이며 소비자를 찾아가는 유통을 말할 수 있고, 또 다른 유통으로 전국 주요 도시 외곽에 매장을 열어 판매용 전시 제품을 최소화시키고 소비자의 몸에 투영하면 입어 본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하면 된다. 그래서 움직이는 매장이나 도시 직영매장에서 소비자가 결정하고 대금을 지급하면 생산처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택배 발송하면 된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으로 절약되는 큰 비용으로 신소재와 새로운 스타일의 개발 등 연구 개발에 투자하면 한국의 패션산업이 세계경쟁에서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내가 현역시절인 2010년부터 고민을 하며 2020년까지의 로드맵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물론 실행을 하다 보면 어려운 문제가 있겠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대구 패션산업연구원장을 맡게 된 동기 또한 이러한 새로운 패션산업 모습을 연구하며 누군가에게 패션 산업에 대한 미래를 알려주고 문을 열어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내 능력 부족으로 중도에 퇴사하고 말았다. 아쉬움이 컸다.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 및 실행하거나,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서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