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머리는 다 잊었는데 내 몸이 기억해”
4개월 만에 문화센터에서 바이올린 수업을 마치고 나온 따님의 말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따님은 가을부터 바이올린 수업을 가지 못했습니다.
방학 내내 바이올린은 가방 속에 갇혀 햇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3월부터 수업이 재개된다는 얘기를 듣고 바이올린 다시 배울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무엇이든 배우기 좋아하는 따님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지만..
“따님 그 동안 배운 거 다 잊어버렸을 텐데 걱정 안 되나?”
“나 가끔 바이올린 켰어~”
“겨울방학 동안 바이올린 연습한 걸 본적이 없는데, 수업 들어가서 창피당하면 어떡하나?”
“..... 뭐 다시 시작하면 되지...”
수업하러 가기 전 따님을 놀려봤지만 따님은 애써 태연한척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따님의 표정은 밝아보였습니다.
막상 바이올린을 켜니까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인다며 뿌듯해 했습니다.
그리곤 손가락이 아프다며 주물러 달라고 하네요.
“굳은살은 안 쓰면 사라져. 그러니까 연습은 꾸준히 해야 되는거야..”
“그런데 내 엄지손가락 굳은 살은 애 안없어지지?”
(따님은 연필잡는 습관이 잘못돼 엄지손가락에 굳은살이 배어 있습니다)
“그 손가락은 공부할 때마다 매일 연필을 쓰잖아?”
“아! 하~~ 그렇구나... ㅎㅎㅎ”
따님의 손을 주물러주면서 이런 저런 꼰대스런 얘기를 했습니다.
공부하는 머리도 이 굳은살이랑 똑같다. 머리를 안 쓰기 시작하면 굳은살이 사라지듯 공부한 것도 사라진다고...
따님은 아빠의 잔소리 같은 말에 굳이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손을 맡기고 가만히 듣고 있네요.
그렇다고 집중하며 듣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손가락 굳은살을 통해서 따님이 새로운 인생의 교훈을 깨달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