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 본사의 대표이사로 부임하니 코오롱은 또 하나의 회사를 인수 합병하여 경영하고 있었다. 중견기업으로 남성복 정장 브랜드 회사인 캠브리지 회사를 인수하여 경영하고 있었다. 나는 주로 스포츠 캐주얼을 경영했고 남성복은 경험이 없었다. 그래도 같은 패션업을 하고 있어서 ‘캠브리지’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었다.
캠브리지는 남성복 정장에서 우리나라 최고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인수 경위는 캠브리지사 측에서 코오롱을 찾아와 제안하여 인수하였다고 한다. 2007년에 인수합병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인수할 때는 그 회사의 잠재가치를 인정하고, 가치를 높여 좀 더 좋은 회사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인수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캠브리지 브랜드에 관한 보고를 받아 보니 겉은 그럴싸하게 합병했지만, 내실은 부진한 상태였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
합병 후에 상품력과 영업력을 끌어올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경영이 아니었다. 경비 절약 등 관리 부문의 효율화로 단기간의 이익에 집중하여 브랜드 가치는 더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패션업에서 브랜드의 인수나 회사의 인수합병을 할 때는 일정 기간 투자를 하여 인수한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익 위주로 경영을 하다 보니 인수된 캠브리지 직원들은 사기가 떨어져 있었고, 코오롱의 기존 틀에 이방인으로 겉도는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대회를 해보니 기존의 캠브리지 브랜드 문화와 코오롱 남성복의 군대식 문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기존 코로옹 남성복의 브랜드 가치가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캠브리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요구하였다. 영국 대사관과의 코어 마케팅, 상품력 보완 등 기존 방법과는 다른 모습의 경영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약 2년이라는 시간은 남성복 사업본부를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존 조직의 변화는 기존 직원이 왜 변해야 하는지 깨닫고 그 직원이 변화이 주체가 되어 조직을 변화시켜야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 본부장이나 적어도 부장(팀장)이 직접 느끼고 실천해야만 변화할 수 있고 변화 후에도 지속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인력을 투입하여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변화를 시켰다 하더라도 2년 후면 원위치 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아왔다. 조직 내 무너진 조직을 다시 일으키는 데 부 단위(팀)는 약 2~3년, 본부는 3~5년, 회사는 5년의 세월이 걸려야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코오롱의 남성복 사업부의 문화는 약 25년에 걸쳐 만들어진 문화다. 남성복을 처음 경험한 나로서 2년의 세월을 가지고 노력하였으나 변화시키지 못한 것은 지금도 못내 아쉽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