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오늘 몇 시에 일어났는지 알아?”
“몇 시에 일어났는데?”
“11시. 겁나 오래 잤지?”
“와~ 진짜 오래 잤네. 아빠가 집에 없으니까 잠이 잘 오는건가?”
“아빠가 없어서는 아니고, 그냥 잠을 많이 잔거야!”
“그런데 따님은 왜 주말에는 8시만 되면 일어나는 건가?”
“주말은 수업이 없으니까, 빨리 놀고 싶어서지...”
“아!! 아빠 핸드폰 보면서 놀려고 일찍 일어나는 거구나. 앞으론 아빠 핸드폰 회사에 두고 퇴근해야 겠다”
“핸드폰 보려는 게 아니라구욧!!!”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 마자 따님이 늦잠 잤다고 자랑을 합니다.
“아빠는 어릴 때 잠을 많이 못자서 키가 안 큰 거야!”라며 키 작은 변명을 하면서 잠을 많이 자야 키 큰다라고 자주 얘기해서 인지, 따님은 잠을 많이 자면 키가 큰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따님은 한참을 늦잠 자랑을 한 뒤 기둥에 등을 대고 키를 재달라고 합니다.
이제 150cm가 조금 넘었습니다.
따님은 아빠가 회사에 가는 날이면 늦잠을 자주 잡니다.
가끔 마눌님도 따님이 10시가 넘어서도 안 일어난다며 카톡을 보내곤 합니다.
학교도 방학이고, 숙제도 없다보니 마음이 편해서 잠도 잘 오는 거겠지요.
그런데 따님은 주말에는 8시만 되면 눈을 뜹니다.
아빠가 옆에서 부스럭 대는 것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따님이 잠을 잘까봐 밖에 나와 조용이 누워있어도 8시만 되면 눈을 떠서 아빠 곁으로 옵니다.
더 자라고 얘기를 해도 한번 잠을 깬 따님은 다시 침대로 가지 않습니다.
따님의 밥을 챙겨주고, 핸드폰(또는 유튜브) 그만보라고 잔소리 하는 게 아빠의 주말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따님이 아빠 곁에 부비대며 핸드폰을 하는 것도 싫지는 않습니다.
물론 책을 읽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이 녀석이 다 큰 성인이 돼서도 아빠 무릎에 다리 올리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