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적이 공개되는 시점이다.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롯데와 현대, 신세계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빅3의 잠정 실적이 모두 집계됐다.
이들 실적으로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절대 강자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등 여러 가지 고사까지 떠올렸다. 매출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켜온 롯데가 몰락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고 신세계는 면세점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는 도심형 아울렛으로 나름 선방했다는 게 유통가의 평가다.
어쩌면 빅3의 실적을 비교한다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단순 매출만으로도 롯데쇼핑은 신세계에 비해 3배 이상, 현대에 비해서는 7배 이상일 정도로 차이가 크다. 그러니까 빅3도 오래된 관행으로 사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빅3의 균열이 깨지기 시작한 건 오래됐다. 10여년 전만해도 빅3의 규모는 비슷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롯데가 공격적으로 다점포 전략을 펴면서 신세계와 현대가 이를 따라갈 수 없었고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통 3사의 전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롯데는 규모 확대에 집중했고 신세계는 면세점과 명품 유통, 패션 비즈니스로 다른 길을 걸었고 현대는 도심 아울렛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패션 기업을 인수해 패션사업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별도 법인이다. 신세계는 패션기업을 연결로 가지고 있는 걸로 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위기에 이처럼 극명하게 갈린 전략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규모를 앞세웠던 롯데는 위기에 빠졌고 신세계는 해외 여행이 막히며 면세점 매출 하락으로 타격을 입었다. 현대만이 도심형 아울렛이 나름 선방하면서 유통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며 체면을 차렸다.
물론 이런 현상이 천년만년 이어질 게 아니니 작년 실적만으로 유통 3사의 전략을 평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흐름이라는 게 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미래전략 등에 얼마나 접근했느냐에 따라 올해, 혹은 수년 내 또 다른 질서가 생겨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