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한 때는 똑똑한 아빠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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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한 때는 똑똑한 아빠였었는데...

하늘나는펭귄 0 2021.01.28

오늘도 어김없이 이수에게서 카톡 메세지가 날아왔습니다. 

 

이수는 국어시험 3문제와 함께 아빠의 의견을 묻습니다.

문제를 읽어보는데,,, .. 이건 뭐...

 

초등학교 5학년 문제라고 가볍게 보고 달려들었다가 낭패 보기 십상입니다.

네이버 어학사전을 뒤져가며 조심스럽게 아빠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퇴근 무렵....

이수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아빠! 아빠 때문에 한 문제 틀렸잖아! 책임져!!”

- ~ 이 녀석, 알려줬더니 되레 성질입니다.

그래도 3문제 중에 1문제를 틀렸다니 아빠 체면도 상했습니다.

이럴 땐 일단 달래야 합니다.

 

그래? 미안해. 아빠가 시험본 지가 오래돼서...”

영어문제도 틀리고, 국어문제도 틀리고.. 이제 아빠한테 수학하고 사회 과목 밖에 안 남았어.. 잘해~~”

!! .... 이따 봐요...”

 

이수는 반 협박조의 농담을 던지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이수에게 아빠는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수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아빠의 밑천도 떨어져 갑니다.

 

이수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둘째 고모와 통화하는 내용을 옆에서 듣고 나서 적었던 이야기입니다.

고모 : “이수 밥 먹었어?”

이수 : “아니요. 안 먹었어요~”

고모 : “왜 안먹었어요?”

이수 : “지금까지 엄마랑 공부했어요~”

고모 : “엄마가 똑똑하구나!!”

이수 : “아니에요. 엄마보다 아빠가 더 똑똑해요~”

고모 : “우하하하하 왜 그렇게 생각해?”

이수 : “아빠는 매일매일 책 읽거든요. 읽고, 읽고, 또 읽고~”

 

책 읽는 아이로 키우려고

애 앞에서 컨셉 잡느라 틈만 나면 책을 집어 들었더니 효과가 있긴 있었나 봅니다 ^^

 

이때만 하더라도 책 읽는(시늉을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아빠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수가 자기 시험문제를 다 맞추지 못하는 아빠의 능력을 평가하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

 

이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아예 아빠에게 시험문제 상담도 하지 않게 되겠지요.

 

지금처럼 간간히 물어볼 때라도 제대로 알려주는 아빠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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