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hoice의 Market Story) 14 쿨비즈와 반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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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hoice의 Market Story) 14 쿨비즈와 반바지

BHChoice 0 2019.06.27

며칠 전 베트남 모델 응옥찐의 칸 영화제 의상 논란이 뉴스에 전해졌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응옥찐의 복장은 부적절했고 도발적이었으며 격분을 불러일으켰다며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작년에 중국과 북한에서도 미니스커트 착용을 처벌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었다. 하긴 우리나라도 1970년대 무릎 위 20Cm를 기준으로 경범죄 처벌하던 때가 있었으니 그저 웃을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내 개성에 사는 이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 ”

 

DJ DOC4집 앨범 삐걱삐걱에 수록된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다. 이때가 19974월이니 벌써 20여 년 전 노래다. ‘오피셜하지 않다는 이유로 직장에서는 금기사항이었던 그 반바지 차림이 금년에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서울시와 수원시, 부천시, 창원시 등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가장 고지식하고 변화에 둔감하다는 공무원 조직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니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사실 공직에서의 복장 파괴는 2007년 환경부가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주장한 하절기 간편 복장에서 찾을 수 있다. 노타이와 반팔셔츠 정도 수준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호응도가 좋아 큰 무리 없이 정착되었다. 그로부터 반바지 차림까지 또 1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셈이다. 다만 직장에서의 남성 반바지 차림이 민원인, 또는 고객에게 얼마만큼의 호응을 얻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복식의 변천사를 공부하다보면 기능성과 편의성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유행이라는 명제가 반드시 붙게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때로는 그 유행이라는 것이 기능성과 편의성을 압도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대표적으로 조선 후기 유행했던 가채머리가 그것이다.

 

옷이 기능성과 편의성만을 추구했다면 패션이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전에서 패션의 용어는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개성이 있고, 그 개성이 소속된 사회에서 널리 퍼져나가는 단계에 이르는 문화적 현상을 맞이할 때 우리는 비로소 패션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패션이란 옷, 모자, 신발 등 특정 품목에 어떤 가치가 부여되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이유로 전에 언급한 것처럼 패션은 섬유산업이라는 2차 산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산업이며 서비스산업의 개념인 3차 산업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다.

 

일반적으로 3차 산업은 생활수준이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었을 때 발전하는 통례임에 비추어 볼 때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 급급한 열악한 소득수준에서의 패션산업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문화적 욕구, 즉 입는 것에 더하여 무엇인가 무형의 의미와 가치가 부가되어지고 충족되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도대체 패션에는 어떤 가치가 부여되고 충족되어져야 한다는 말인가? 사실 부가되고 충족되는 가치는 여러 형태일 수 있지만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것이 이라는 것이 객관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활동에서 모든 소비자의 주관적 감성을 충족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패션산업 즉 상품을 판매하는 패션기업은 이를 일반화시켜야만 한다. “이 옷이 당신에게는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이 모자는 유행상품입니다.”라고 소비자에게 을 은근히 압박하는 행태가 바로 판매와 마케팅에서의 일반화를 강요하는 기법이다. 그런 까닭으로 가끔 필자는 패션을 사기(詐欺)산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만 진짜 사기와 다른 점이 소비자가 때로는 사기를 당하길 원하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중요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5~6월에도 섭씨 30도가 넘는 일이 다반사다. 올 여름에는 여느 해보다도 쿨비즈 패션이 주도하는 것 같다. 기능성에 더하여 22년 전 DJ DOC가 노래한 것처럼 반바지가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고 시원하고 편한 복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남성들도 이제는 다리 제모에 신경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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