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덕현에세이) 변화는 지속성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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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덕현에세이) 변화는 지속성이 있어야


 

어떤 사업이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꾸준히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나는 브랜드 사업을 하며 사소한 변화를 많이 주도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사람은 근본적으로 변화에 둔감하거나 거부감을 느낀다. 자기가 하던 대로 관성에 따라 하는 게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샵마스터 제도를 실행하면서, 다른 브랜드 부서를 맡아보니 그 부서 역시 새로운 제도를 전혀 적용하고 있지 않았다. 본부장 회의를 하면서 수없이 보고하고 논의를 했지만 타 부서 부장들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영업과장을 불러 왜 안 하느냐?”라고 물어보니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만 설명하는 것이다. 즉 다른 부서에서 변화하고 있어도 그 영업과장은 과거에 배운 대로만 업무를 하고 있었다. 나는 부서 직원들에게 B 부서에 접목할 방법을 설명하고 1년 동안 약 20%의 매장에 샵마스터라는 제도로 변화시키고 다시 C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C부서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혀 변화가 없었다. 영업과장을 불러 면담을 해보니 역시 관행대로 업무를 하고 있었고, 새 제도가 왜 C부서에 맞지 않는지 나에게 설명했다. 나는 한참 혼자 웃었다. 관행이 참 무섭다. 그리고 사람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또 C부서가 새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직원들에게 면담과 설명을 하고 시행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스포츠 사업본부에 삽마스터제를 3년 정도 적용하니 본부 전체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회사가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으로 부문장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부서장 책임으로 패션 사업본부와 스포츠 사업본부가 함께 업무를 하게 된다.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샵마스터 제도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증명되었는데도 패션 사업본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샵마스터 제도는 패션 사업본부에 더욱 더 필요한 제도였다. 조직원들은 관행에 따라 업무를 보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부사장의 전파로 패션 사업본부도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패션사업본부도 약 3년에 걸쳐 이 제도가 정착되어 갔다. 한 제도가 회사 전체에 전달되는 데 6년 정도가 걸렸다. 아마 최고 책임자가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면 회사 전체 변화에 2년 정도면 가능한 시간이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또 변화에 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조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볼 때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브랜드 부서(, ) 본부장, 대표이사 등 어느 조직이든 과거와는 다르게 전문지식이 있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변화도 가능할 것이다. 상하이에서 다시 서울의 CEO가 되었을 때 삽마스터 제도는 거의 20년이 되면서 그동안 변화한 환경에서는 그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매장 형태를 만들어서 새로운 모습의 패션사업을 일으키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도중에 은퇴하는 바람에 그 빛을 보지 못했다. 그 분야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려고 대구 패션산업연구원장으로 취임하였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아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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