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시간 만에 따님의 얼굴을 봤습니다.
월요일 저녁 같이 잠자리에 든 이후 화요일은 아빠의 술 약속으로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수요일 아빠가 퇴근 후에서야 따님은 아빠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전날 아빠의 상태를 엄마를 통해 들은 따님은 퇴근하고 들어온 아빠의 얼굴을 한참을 들여다 봅니다.
옷을 갈아입고 쇼파에 앉아 있는 아빠의 무릎에 앉아 아빠의 얼굴을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며 바라보네요.
꼭 엄마가 아들 보듯이 합니다.
“아빠 괜찮아? 아빠 나이도 많고 몸 생각 안하고 술을 그렇게 마시면 어떡해. 나 아직 어려서 아빠 보호가 필요해~”
“미안해.. 앞으로는 조심할게”
“아빠 걱정돼서 나 어제 잠도 못 잤어.. 아빠 진짜 나빠”
“앞으로 술도 조심히 조금씩만 마실게. 아빠가 진짜 !”
마눌님의 잔소리를 따님의 입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빠 얼굴을 한참 들여다 본 따님은 아빠의 손을 끌고 자기 방으로 데려 갑니다.
“아빠 이게 뭔지 알아?”
따님이 보여준 작은 종이 쪽지에는 ‘숙제 프리패스권’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뭔데? 숙제 안 해가도 되는 거야?”
“응! 이거 우리 반에서 나만 받았어!”
따님의 얼굴은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습니다.
“오~ 멋진데...! 숙제 깜빡한 날 쓰는 거야?”
“그렇지 숙제 안 해간 날 이 쪽지를 촤~악! 내밀면 돼! ㅎㅎㅎ”
따님과의 이틀 만에 대면식은 아빠의 건강 걱정으로 시작해서 본인의 자랑으로 끝났습니다.
딸과 얘기하며 반성을 많이 합니다.
나이가 들어 주량이 줄어든 생각은 못하고 젊었을 때 호기만 남은 아빠의 모습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따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날입니다.
따님이 성장하는 모습, 따님이 멋지게 사회에 진출할 때 건강한 모습으로 응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