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 패션 비즈니스는 최초 가격(tag price, face price) 기준만 놓고 보면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다. 패션 브랜드 상품의 최초 가격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보통 (제조)원가의 서너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 그래서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패션소비 태도는 상식 중의 상식으로 통한다.
패션 브랜드 재화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짧은 유효판매 기간, 그리고 급격한 재화 가치의 하락 등을 이유로 최초 가격은 적어도 서너배라는 인과 논리를 강변한다. 패션 재화의 실제 판매 소진의 과정을 감안하면 이 같은 논리를 그냥 터무니없다고 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그건 네 사정일 뿐이야’라는 소비자의 분노 어린 시선이 현실적으로는 어쨌든 보다 설득적이다.
태어나지도 못한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는 신기루가 도리어 패션 비즈니스의 신뢰와 평가 측면에서 본질 가치를 옥죄는 불편한 굴레가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과 소비자의 태도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또 많이 패션 비즈니스 영역 내부에서 조차도 패션 브랜드 비즈니스를 진짜로 서너 배수를 창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메커니즘인양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설적으로 네 배수라면 매출이익률이 70%를 훨씬 뛰어넘는데 현실에서 이 같은 결과를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모두 지금 당장 자신의 기업, 사업부, 브랜드 유닛의 매출이익률을 확인해 보시라.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외감기업 350개사 합산 평균 실판매배수(실제판매가<부가세포함>/원가)는 2.32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2.32 배수 판매, 여기에서 부가세를 제외하면 2.11, 즉 매출이익률로는 53%에 해당되는 수준의 결과이다. 비록 서너 배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일견 그래도 이 정도면 여전히 상당히 양호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이 결과를 비즈니스 성과인양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큰 오산이다. 이 결과는 판매율 62%와 연동된 값이다. (2020년 외감 패션기업 350개사 합산 평균 판매율은 62.1%이다.) 다시 말하면 나머지 38% 재고분의 판매 결과가 반영되기 전의 값이다. 한 마디로 Sold out 최종 성과 관점에서 보면 허수에 가까운 상당한 거품 값이라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 비즈니스 부가가치 창출 성과 평가측면에서 실제판매가액을 판매원가(COGS, Cost of Goods Sold)로 나눈 실판매배수(ROS, Return on Sales)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 ROS는 반드시 판매율(COGS/총공급원가)과 함께 평가되어야 비로소 비즈니스 경영 관점 최적의 판단과 결정이 가능한 유효 지표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
Number Talks을 이야기하며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건 언제나 숫자라고 강조하는 최현호 MPI컨설팅 대표의 칼럼 아닌 칼럼입니다. 숫자를 다루다보면 언제나 조금의 아쉬움이 남기 마련. 그래서 칼럼의 제품도 ‘유감일지’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