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hoice의 Market Story 11
5월은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봄이 한껏 무르익어 대지의 연녹색이 보다 짙어지면 대지는 꽃들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추위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그리 덥지도 않으니 나들이 나서기도 좋아서인지 이런저런 행사가 줄을 잇는다. 그래서일까? 시인 노천명은 그의 시 ‘푸른 오월’에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표현했다. 일제 강점기 친일 활동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되었지만 그녀의 서정적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렇게 우리는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운명처럼 5월을 만난다.
푸른 오월
노천명(1911~1957)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5월 만큼 기념일과 행사가 많은 달이 있을까? 1일은 근로자의 날,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20일은 성년의 날과 더불어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세계인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 음력이지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있게 되는 부처님 오신 날, 그에 더하여 14일은 언젠가부터 로즈데이라 해서 연인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날이고,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역사 5·16 군사 정변, 5·18 광주 항쟁도 빼놓을 수 없는 5월의 기록이다.
기념일, 행사가 많다는 것은 스토리가 많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많다는 것은 마케팅 소재가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5월은 판촉 전략 세울 ‘꺼리’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 패션업계는 그 많은 세월 동안 어떻게 5월을 보내고, 또 준비하고 있을까? 4월 춘절 상품 빅세일 끝나고, 하절 신상품 할인은 부담스러운, 이도 저도 구사하기 참으로 어정쩡한 시기이다. 장고 끝에 하는 행사, ‘사은품 끼워넣기’ 아니면 ‘눈물 머금은 할인’ 외에 별다른 판촉 행위는 드문 게 사실이다.
8년 전쯤 이야기다. 어느 사모님이 동네에 큰 규모의 유명마트가 생기니 시장 보는 게 편해졌다면서 수시로 생필품들을 그곳에서 구매했다고 한다. 가계 살림에 여유가 있었던지 남들이 하는 주식에 관심이 생겨 증권사를 찾아 좋은 회사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상담사는 바로 그 유명마트를 추천하더란다. KOSPI 상장 1개월 남짓한 시기의 해당 유명마트는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당시 최고 관심주, 소위 ‘핫한 주식’이었다. 사모님 왈 “에이~ 그런 거 말고 좀 근사한 걸로 소개해주세요. 그건 그냥 마트잖아요~~.”
5월의 다양한 스토리에 적합한 상품은 왜 없는 걸까? 예의 사모님처럼 실제 자기가 그 마트에서 장을 보는 VIP로서 그 회사를 키워주는 일은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정작 주식은 다른 곳을 찾는 격은 아닐까?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상품에 스토리를 얹어 가보라. 물론 5월은 너무나 짧은 시즌이다. 그만큼 해당 상품을 기획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유능함과 무능함의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반드시 5월을 기획해야 한다.
5월의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라.
차라리 서러운 노래면 또 어떠랴.
유능과 무능의 차이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