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빠의 껌딱지였습니다.
아이가 기저귀를 떼고 두발로 뛰기 시작할 때부터 주말이면 엄마 없이 아이와 놀러 다녔습니다.
가까운 키즈카페부터 서울의 웬만한 실내 놀이터는 다 가보았습니다.
아이가 아빠랑 서먹해 지기 전에 많은 추억 만들라는 마눌님의 강압도 작용했지만 주말 아이와 놀러 다니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도 내려가곤 했습니다.
왕복 5시간 동안 좁은 차안에 있어야 하는데도 아이는 아빠를 따라 나섰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말에 경조사를 챙기러 나갈 일이 생겨 아이에게 같이 가자고 요청을 했습니다.
“따님 빨리 씻어~~ 아빠랑 같이 가게~”
“어디 갈건데?”
“결혼식장이랑, 상가집!”
경조사 챙기고 아이와 인근 홍대 애견카페라도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안가면 안돼?”
“안가도 되지~ 아빠 혼자 다녀올게”
“아니 아빠도 안가면 안되냐고~”
“아빠는 가야돼~|”
“..............”
아이는 대답을 않고 거실에서 뒹굴 거렸습니다.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데려가기도 그렇고 해서 혼자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눌님이 거들었습니다.
“왜 안가? 아빠랑 같이 가는 거 좋아하잖아!”
“아빠랑 갔던 건 핸드폰 보려고 갔던거야~”
뜨~ 악~!!!!!
아이의 대답에 적잖이 충격을 먹었습니다.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빠가 그 대답을 들었다는 것에 아이도 많이 당황했습니다.
방에서 옷갈아 입고 있던 아빠가 엄마와 얘기하는 걸 못들었을 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따님, 그동안 아빠랑 외출했던 게 핸드폰 보려던 거였어?”
“아니, 그게 아니고.....”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얼버무렸습니다.
주변에서는 이제 슬슬 이별할 때가 됐다며 마음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아이도 외출이 귀찮을 때가 있겠지요. 이제는 엄마, 아빠보다 친구들이 더 좋을 나이가 되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예전처럼 아빠와 단둘이 데이트 시간도 내주면 고맙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