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hoice의 Market Story 4
세월호.. 그리고 ‘HEAD’, Leadership
2014년 4월 16일.
아직도 우리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실종 5명 포함,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고는 5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진실에 대한 논란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수많은 의혹이 있었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사고 당시 선장과 선원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는 모두가 일치하는 것 같다. 침몰하는 여객선의 그 많은 승객은 나 몰라라 하고 선장과 선원들이 제일 먼저 구조선에 몸을 싣는 장면은 차라리 분노를 넘어 치가 떨리는 정도였으니까.
2015년 4월 19일 지중해에서 일어났던 난민선 침몰 사고는 무려 800여명(일부 보도는 900여명으로 발표)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선장을 포함하여 28명만 구조되었는데, 이 때 선장 역시 음주 상태로 대마초까지 피우면서 환각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깝게는 엊그제 2월 28일 난데없이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러시아 화물선 시그랜드호 사고에서도 선장의 행태에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어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명 피해는 없어 큰 논란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선장의 음주와 오판은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선장은 해당 선박에서의 최고 책임자이자 Leader이다. 수많은 승무원들이 있지만 선장의 판단과 지시는 모든 승무원들의 행동과 함께 선박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사고는 인종과 국적은 다르지만 그들 선장들에게는 Leader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책임감’과 ‘올바른 판단력’의 부재를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Leadership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성향이 각기 다른 이들을 통제하려면 절대적인 Super power leadership이 최고라는 이도 있고,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Servant leadership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동양적 사상으로 눈을 돌려보면 공자의 덕치(德治)를 이야기하면서 용장(勇將) 보다 지장(智將)을, 지장(智將) 보다 덕장(德將)을 으뜸이라고 한다. 반면 덕치는 이상향일 뿐이니 현실은 법치(法治)여야 한다며 한비자의 사상을 공감하기도 한다.
방법이야 무엇을 선택하건 Leadership은 ‘책임감(Responsibility)’과 ‘현명한 판단력(Wise Judgement)’이 기본이다. 책임감과 현명한 판단력이 따르지 않는 Super leadership은 독재 권력이 되고 그런 Servant leadership은 집단을 공멸의 길로 이끌 뿐이다.
1990년대 중반 코오롱상사 내수 사업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었다. 당시 ‘코오롱스포츠’ 매장은 코오롱에서 운영하는 모든 스포츠 브랜드가 한 개의 shop안에 함께 판매되는 일종의 Multi-Brand Store 전략을 채택하고 있었다. ‘Activ’, ‘HEAD’, ‘Kolon Sport’, ‘speedo’ 등이 그때에 함께 운영되던 브랜드였다. 그러던 차에 스포츠사업부문장으로 취임한 임원은 ‘one brand one store’라는 일대 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직영점들은 분리가 용이했지만 대리점들은 난색을 표했다. 여러 개의 브랜드로 구성되던 매출의 일정 부분을 떼어버리라는 이야기였고 이는 매출 감소를 예측하는 일이기에 점주들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임원은 때로는 설득을, 때로는 위협을 하면서까지 점주들에게 하나만의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압박했다. 그 결과 200여개에 달하던 대리점 중 30% 정도는 코오롱을 포기하게 되고 150여개 매장만이 ‘Activ’와 ‘Kolon Sport’를 각각 선택하면서 분할하게 된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고 남겨진 브랜드 중 ‘Speedo’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니지오’는 사장시켜버린 반면 ‘HEAD’는 Re-launching으로 전략을 세웠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HEAD’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HEAD’가 그냥 만들어지고 대충해서 시장에 안착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임원의 생각은 명확했다. 스포츠 시장에서 ‘Nike’, ‘Reebok’, ‘adidas’ 류의 Athletic Sports Market을 공략할 것인가? ‘FILA’, ‘ellesse’ 등의 Fashion sports market을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분석 결과 그는 전자가 아닌 후자 시장을 선택한 것이다. 그 배경은 ‘Nike’를 필두로 하는 Athletic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가 이미 과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그 시장에서의 경쟁적 우위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코오롱 내부의 역량도 전자의 시장보다 후자의 시장 성향에 훨씬 강점을 가진다고 본 것 같다.
구체적인 실행방법에도 그는 Bench Marking의 정석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가 목표한 패션스포츠 시장에서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FILA’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실무진들에게 요구했다. 그 중 몇 가지 사례를 들면 기획 담당자에게 상품 구성과 운영, 생산, 가격 전략에 대해서 ‘FILA’의 그것과 비교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winning point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 결재를 하지 않았고 유통을 전개하는 영업 담당자에게는 ‘FILA’ 매장의 매출 순위에 따른 매장을 열도록 종용했고 그것도 ‘FILA’ 매장과 인접해야만 open을 허락했던 것이다. 따라서 담당자들은 ‘FILA’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해야 했고 그에 더하여 보다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느라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실무자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FILA’, ‘FILA’, ‘FILA’...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모두가 자존심 상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되긴 됐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만한 매출을 기록하고 시장에 안착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FILA’의 매출이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FILA’ 혼자서 이끌다시피 하던 패션 스포츠 시장을 ‘HEAD’가 동반 견인하게 되니 Market 전체 볼륨이 급속하게 확대된 것이다.
모두가 버린 브랜드 ‘HEAD’를 한 사람의 Leader가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실무진들의 수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 그 임원의 책임감과 과감하고도 현명한 판단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HEAD는 영원히 없었을 것이다.
그가 바로 코오롱 부사장을 거쳐 코오롱패션연구원(FIK) 원장 겸 상임고문을 역임하고 퇴임한 이홍근씨다. 필자가 알고 있는 대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그에게서 패션인들에게 필수 자격이라고 하는 ‘감성’은 1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진정한 패션비지니스의 Leader였다고 단언한다. 세월호 선장 같은 리더는 그릇된 판단과 무책임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 버리는 반면에 이홍근 고문 같은 리더는 냉철하고 명확한 판단으로 죽어가는 브랜드를 살려서 그 덕에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도 하는 것이다. 리더는 바로 그래야 하는 것이다.
엊그제 모처럼 ‘HEAD’ 매장을 들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씁쓸함만 삼키고 발길을 돌려 되돌아 나왔다.
“What’s this?”......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과연 나는 어떠한 리더인가.
아직 일천한 상태에 있지만 보수적 이미지의 리더쉽을 탈피하고 서로 공생하며 윈윈할 수 있는 서번트 리더로서의 역량을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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