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의 일 같지 않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한 매체에서 보도한 롯데백화점의 구조조정 소식이었다. 더군다나 20년 이상 근속 직원들을 내보낸다는 내용이 포함돼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놀람과 가슴떨림을 경험해야 했다.
매체의 보도를 간략이 언급하면 ‘롯데백화점이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통해 근속 20년 이상 직원들을 대거 내보내고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력구조 재편에 나선다. 20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에 500여명이 신청했다. 전체 직원 4천700여명 가운데 희망퇴직 대상은 2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25% 가량이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이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결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현재 모든 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결국 이런 사단을 내고 만 것이다. 온라인이 장기 근속자를 희망퇴직하게 만든 셈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직원을 인내하며 고용을 유지할 수는 없다. 경영진의 관점에서 보면 나이 많은 직원들과 일하는 젊은 직원들의 사기도 문제이고 그들에게 새로운 일을 맡기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요즘 말로 꼰대들을 쳐내야 새로운 조직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그 기준이 나이나 근속연수이라는 게 뭔가 찜찜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등 요즘 잘 나가는 플랫폼 기업의 창업자들의 나이는 50대 중반이다. 이 기준이라면 이들은 벌써부터 희망퇴직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희망퇴직의 기준이 나이가 아니라 직원의 디지털 지수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지금의 희망퇴직의 출발점은 롯데가 상대적으로 디지털화에 뒤쳐졌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고 젊은피를 수혈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 디지털 지수를 만들고 나이가 아니라 롯데의 디지털화에 맞는 지수를 만들어 이를 반영해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요즘 항간에는 꼰대 논쟁이 한창인데 결국 희망퇴직의 기준도 꼰대를 가려내는 기준과 같아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젊다고 꼰대가 없는 게 아니다. 뭐 나이 든 사람 중 꼰대의 비중이 높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나는 이런 피바람 부는 시기를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지, 이 참에 앱 개발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는 건 아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