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사람들) 알바천국이 된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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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사람들) 알바천국이 된 백화점

신입사원 0 2019.05.19

    

    

백화점 매장은 보통 사장 격인 매니저와 둘째, 셋째로 불리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백화점 직원이 아니라 매장에서 고용한 별도의 직원들입니다. 쉽게 말하면 매니저가 고용한 임시직 아르바이트입니다. 물론 일부 매장은 정규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숫자가 적습니다.

 

오늘은 작심하고 백화점 매장 사장, 즉 매니저의 입장에서 본 백화점 알바 문제를 지적할 예정입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여기서 닫으셔요). 요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지켜보면 이런 사례들을 많이 보게 되고 또 그들의 심정에 공감하게 됩니다. 이 문제는 비단 백화점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요즘 유통업체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백화점과 이와 유사한 대형 유통점포에서 일하면 하루에 얼마나 받는지 아십니까? 시간 당 8,400, 하루 8시간 이내로 근무를 시키는 조건으로 줍니다. 하루 최저 임금이 67,200원이지요. 그렇다면 딱 그 금액만 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르바이트는 판매되는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만 평균적으로 약 9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식이 포함되고 안 되고의 차이도 있고, 아이템에 따라서는 12만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9만원씩 받으며 10일을 쉬고, 20일만 근무한다고 해도 180만원입니다. 정규적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정해서 하지 않을 경우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은 있지만 10시까지 출근해서 7시에 퇴근하는 근무형태로 볼 때 적다고 볼 수 없는 금액입니다. 어떤 아르바이트는 일주일에 한번 쉬고 25일을 근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2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고, 상냥한 태도를 유지하며, 불평불만을 이야기 하는 사람, 화내는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 등 천태만상을 만나는 애로가 있어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평일에는 손님이 별로 없어 종일 핸드폰만 보는 경우도 허다해 그다지 어렵거나 힘든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책임질 일도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화점 등 고급 점포들이 소위 알바천국이 된 것이고, 그 중심엔 여사님들이 계십니다.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 중에 쉽고 깨끗하고, 힘들지 않은 일 중 하나가 백화점 판매사원이기 때문입니다.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퇴근하는, 그러면서 Pay가 밀리거나 떼이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편안히 용돈 벌이를 할 수 있는 모양이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알바들이 일자리를 구하려 애를 썼던 반면 이제는 백화점들이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 중 최고의 일이 되어 나이가 많건, 적건, 남자건, 여자건 알바들을 구하는 게 입점 업주들의 가장 큰 숙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이 헤게모니를 쥘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 것이구요. 때론 집단행동도 하고, 때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라고 읍소도 하면서 본인들의 왕국을 굳건히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없으면 유통이 돌아가지 않고, 그들이 많아도 유통이 돌아가기 힘듭니다.

 

어떻게 보면 적과의 동침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알바들의 이야기. 마지막에 남는 건 알바 뿐 일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시급 1만원 시대에서 개인사업주인 매장 점주들로부터 알바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커지는 요즘입니다. 업주들 평균 수수료가 15% 정도라고 보면 행사 매대 하나 깔아서 하루 100만원 팔아야 15만원 이익인데, 이런저런 비용 제외하면 알바비 겨우 나온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매출이 안 나오면 결국 돈 버는 사람은 아르바이트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문제가 아르바이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현장의 상황을 보면 점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옛날처럼 끈끈한 우정과 협동정신, 뭐 이런 걸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남은 건 알바비를 둘러싼 서로의 정산관계만이 남아 있는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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