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 생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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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 생 쌀

하늘나는펭귄 0 2019.04.01

  

사진은 순간의 저장입니다.

아이의 옛날 사진들을 보다보면 아이의 과거 추억도 새록새록 살아납니다

 

너 참 못생겼었다. 정말 용됐네..”

 

내가 그렇게 못생겼었어?”

 

사진을 봐봐

 

……… 그래도 귀엽잖아~”

 

아이와 아기 때 사진을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합니다

사진에 대한 평가, 사진을 찍었을 때의 상황들.

그리고 그때 아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설명해줍니다.

아이는 사진을 보며 기억도 나지 않을 추억을 돌이켜 보며 즐거워합니다.

사진을 찍지 못하고 지나간 추억도 많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 놓을 걸 하는 아쉬운 장면도 많습니다.

 

그중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일명 쌀독사건입니다.

아이는 아기 때부터 생쌀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제일 좋은게 집밥이라고 하는 아이가 서너살때

쌀을 씻을 때면 조르르 달려와 생쌀 몇 톨을 집어들고 가 먹었습니다.

 

그런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거실에서 잘 놀던 아이가 안보인다 싶은 순간

베란다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놀라사 베란다로 뛰어가보니

아이의 두 다리만 쌀독위에서 바둥거리고 있었습니다.

쌀독에 바닥에 있는 쌀 톨을 꺼내 먹으려고 머리를 집어넣었다가

머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쌀독에 빠진 것입니다.

놀란 마음에 아이의 두 발목을 잡고 들어 올려 꺼내줬습니다.

아이 엄마랑 상황을 돌아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쌀독에 나와서 바둥거리는 아이의 앙증맞은 두다리

그 장면은 아빠의 머리 속에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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