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투닥투닥 싸우다가도 오후에 아무 일 없다는 듯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녀를 보고 있으면 신기합니다.
아무리 사이좋은 부녀 사이라도 모녀 관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위대함이겠지요.
주말 일기와 밀린 숙제를 하러 방에 들어간 딸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일기 한편을 쓰지 못했습니다.
컴퓨터에 미리 써놓은 내용을 일기장에 옮겨 적기만 하면 되는데도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눌님이 폭발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숙제와 일기를 가져오라고 딸에게 얘기했습니다.
딸은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후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딸은 눈물 콧물을 쏟았고 앞으로 공부와 숙제는 엄마가 보는 앞에서 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딸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이러다 모녀 지간에 금이라도 가는 거 아닌가 걱정을 했습니다.
아빠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딸래미는 거실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 엄마에게 장난도 치고, 조잘조잘 얘기도 하면서 말이죠.
숙제를 끝내고 나면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 엄마옆에 붙어 귀찮게도 합니다.
엄마가 화날 때는 무서워도,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기 때문이겠지요.
딸래미는 여전히 잠이 들 때면 아빠를 찾고, 주말에 이 아빠와 나들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빠의 사랑은 모성애를 이길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