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하는 과거로의 추억여행
패션 관련 학과를 졸업할 때 의상학과 학생이라면 대부분 졸업패션쇼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항상 구경만 하던 패션쇼를 직접 준비하면서 경험을 쌓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셔츠, 팬츠, 자켓 등 아이템만을 디자인, 제작하다가 라인업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고 친구들과 협업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업무 프로세스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요즘은 졸업패션쇼의 제작기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도 함께하고 있으니 다방면의 패션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덤이다.
나 역시 첫 번째 패션쇼를 경험한 것은 대학교 학사 졸업패션쇼였다. 졸업 패션쇼를 위해 2착장을 만들었는데 한 착장은 그 당시 유행했던 트렌디한 느낌을 담아, 다른 한 착장은 트렌드와 상관없이 내가 만들고 싶은 느낌을 담아 사진과 같이 제작했었다. 트렌디한 느낌의 옷은 졸업패션쇼 당시에는 맘에 흡족하게 들었다. 졸업 패션쇼를 구경 오신 부모님께 한 착장은 내 옷이라고 자랑스럽게 자랑했었지만 나머지 한 착장은 맘에 들지 않아 부모님께 알려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꽤 흘러 그 시절의 옷을 되돌아보니 예전에 맘에 들었던 착장은 참 촌스럽게 느껴지고 오히려 맘에 들지 않았던 나머지 한 착장은 마음에 쏙 든다. 그 시절 그 옷을 지도하셨던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들이 이제 비로소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
나는 현재 의상학과 학생들의 졸업패션쇼를 진행하는 과목을 가르친다. 학생들에게서 과거 나의 모습이 항상 투영되어 보인다. 그래서 과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학생들에게 하게 된다. 친구들과 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하고, 같은 조의 친구들과 의견이 잘 맞지 않아 속이 상할 때도 있고 옷을 완성하고 희열을 느끼던 그 순간들이 매번 스쳐지나간다. 학생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들고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이번 학기도 종강에 맞춰 졸업패션쇼에 제작될 가봉 의상들이 대학교 로비에 전시가 되었다. 밤새워 만든 옷들이 전시된 공간에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른다.
감선주 디자이너는 경희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를 더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TheKam’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