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통시장에 아울렛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인데 그 때만 해도 국내 아울렛 시장은 문정동이나 연신내처럼 자연스럽게 생겨났는데 20년 전부터 인위적인 아울렛 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산 덕이동을 시작으로 부평 아이즈빌, 해운대 등 전국 각지에서 아울렛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2~3년 동안 전국에 200여개 아울렛타운이 조성됐을 정도였다. 물론 이 중에 상당수는 지금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당시만해도 유통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아울렛 시장이 지금처럼 이렇게 커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울렛이라는 것은 이월 상품이기 때문에 첫 해 정상 상품 이후 판매되는 구조여서 전체 패션시장의 2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특히 정상 매장에서 이월 상품을 판매해야만 고객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월 상품 중 절반 이상은 정상 매장에서 소화돼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0개가 넘는 아울렛이 생겨났고 이후에도 롯데, 현대, 신세계에서도 아울렛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상식적인 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울렛 전용 상품들이 생겨났고 아울렛 전문 브랜드까지 생겨나면서 상품의 수요와 공급의 구조를 맞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울렛에 가면 20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던 나조차 알 수 없는 브랜드가 보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나라 아울렛 시장은 2001아울렛에서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통 시장이 빠르게 급변하던 1990년대 초반 다른 유통 기업들이 할인점에 신경을 쓰는 동안 이랜드는 패션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패션아울렛을 개발한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도 아울렛타운들의 인기를 벤치마킹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국내에서는 특화된 유통 구조였던 것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