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펭수 그리고 겨울왕국2
화제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종영되었다. 딸아이가 꼭 봐야 한다고 VOD로 1회부터 보기 시작해서 종영일인 오늘까지 완주하였다. 소비자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 축(사실은 핑계)으로 TV 프로그램을 매주 1~2개 정도 시청하는데 보통 예능 프로그램 중심으로만 봐 왔었다. 이번 ‘동백꽃 필 무렵’은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간만에 드라마로 집중한 프로그램이었다.
20대, 30대, 40대, 50대까지 같은 취향을 가진 다른 연령대의 세대가 함께 좋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볼만하다’고 함께 그냥 보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세대를 초월하여 같은 취향을 선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통 특정 세대를 대상으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0대와 50대가 공감한 ‘동백꽃 필 무렵’은 좀 달랐다.
얼마 전 대형 백화점을 돌아보니 글로벌 명품이 구성된 플로어에는 집객이 많고 상대적으로 남성 플로어와 여성 플로어에는 유동객이 적었다. 그나마 남성 브랜드와 여성 브랜드 매장에 있었던 적은 수의 고객도 필자가 알고 있는 각 브랜드의 타켓 고객보다 연령대가 높았다. 브랜드마다 고객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지금, 공급자들은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세월이 지나도 유지될 수 있는 브랜드라는 건 정말 어렵다.
100만명이 넘는 신생아가 있었던 196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세대들과 함께 나이를 먹은 브랜드들이 여전히 20~30대를 타겟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상품의 리뉴얼을 통해 ‘공간 이동’급의 성공을 거둔 몇몇 브랜드들의 성공을 주목해보아야 한다. 보통 중간 세대를 뛰어넘는 혁식적인 리브랜딩인 경우가 많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코메디, 로맨스, 스릴러가 복합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등장하는 연기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연기도 한 몫 했다. 여자 주인공은 격년 정도의 주기로 로맨틱 장르의 드라마에 출연해오고 있는데 이런 계통의 취향을 가진 세대를 묶어낼 수 있도록 코메디와 스릴러 요소가 더 추가된 것이 성공의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리고 유투브에서는 ‘펭수’가 인기다. 인지도가 널리 확대된 것은 아니지만 급속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20대의 뽀로로’라고 불리우며 웃음과 즐거움을 유발하는 B급 감성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펭수와 함께 유투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만든 곳은 어린이와 청소년 시청자를 가진 교육방송 EBS이다.
그런데 이제 10대와 20대는 거의 TV를 보지 않는다. ‘TV 대신 유투브’라며 대체속도가 매우 빠르고 어린 아이들에게 ‘유투브 볼래?’라고 하면 울음을 그칠 정도 이다. ‘펭수’는 유투브 채널을 위해 기획되었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MBC, SBS 등 타 지상파 방송과 보이는 라디오 등 EBS가 아닌 다른 매체와 콜라보레이션까지 하며 펭수에 열광하는 팬들을 늘리고 있다. 어린이들이 펭수를 보면 본인의 친구인줄 아는데 사실상 펭수는 성인용 캐릭터다. 독특하게 표현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순발력 넘치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펭수가 보고 싶어 안달이 난 20~30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40~50대까지 그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 기존 EBS에서 전개해온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이다.
요즘 칼럼에서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방송 미디어의 변화와 패션/유통의 변화가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도태되는 브랜드와 업태는 소비자의 변화를 무시했거나 몰랐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성공 경험에 대해 후속적으로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울왕국2’가 요즘 개봉 영화 중 단연 최고의 인기이다. 극장에 몰려드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을 보며 ‘겨울왕국’이 정말 대단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필자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본 사람들은 1편보다 잘될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스토리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내면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평이다.(스포일러라면 용서를^^~ 저는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짐작하자면 영화 제작사측에서 겨울왕국2의 중심 타겟을 어린이들에게 두지 않고 겨울왕국 전편의 관람 경험한 세대에게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정한 세대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취향이 같은 세대를 공략할 것인가 참으로 선택적인 전략 과제이다.
박병철 이사는 다양한 복종의 패션 브랜드 사업과 패션몰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국내외 유통에서 머천다이징, 영업, 마케팅 및 전략기획 실행 경험을 통해 고객과 시장을 알고 있는 30년 경력의 비즈니스 디렉터다. 탁월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패션 뿐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의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