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은 것보다 잘 할 수 있는 것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배운 것은 상품의 중요성이었다. 신입사원 시절 담당했던 브랜드는 물건을 내놓기가 바쁘게 잘 팔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선호하던 상품과는 차이가 많아서 고민이었다. 연차가 낮았지만 명색이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MD의 입장이라 ‘만들어 보고 싶은 상품’이 많았다.
결국 만들었다. 그러나 브랜드, 고객, 지역 상권 등 다양한 리테일의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많은 실패가 있었다. 그렇게 많은 실패를 통해서 잘 팔릴 상품, 즉 고객이 좋아하는 상품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되었다. 이후 고참이 되어서 회사가 필자에게 많은 투자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후배 사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회사의 기회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필자의 맘대로 되는 일이 없었고 후배들은 후배들대로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실패(맘대로 해보는 방식으로 인한)를 통해서 성장해갔다.
지금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센터에 올해 상반기 상당히 유명한 쉐프가 기획한 식음 매장을 오픈하였다. 그런데 영업이 잘되지 않았다. 쉐프가 성공을 경험한 식음 메뉴를 중심으로 했던 것이 아니라 새로 해보고 싶은 메뉴를 전개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해보고 싶다’는 것은 결국 ‘위험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왜 해보고 싶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내가 그랬고 그 쉐프도 ‘나’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고객도 좋아할 것이라는 실패 확률이 높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선택이 즉흥적이면 대망(크게 망함)하는 것이다.
며칠 전 금융기업의 홍보, IT벤처 1세대, 영화 제작을 거쳐 지금 외식 기업을 운영하는 선배를 만났다. 고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식음 브랜드를 만들어 내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이력과 무관한 식음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식음 사업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잘 하고 있는 기업이 별로 없다고 식음 산업을 해석하고 기회로 보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홍보와 고객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했던 선배의 이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쇼핑센터의 몇몇 식음 매장의 주방과 홀을 돌아보며 기존 필자가 만난 전문가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해당 식음 매장을 기획한 기업은 업계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던 전문가들이 있었던 기업이다. 필자가 식음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들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아는 분위기라 당시 어떠한 의견을 주지 못하였다. 그러나 잘 안 되는 결과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선배의 지적은 ‘통제와 효율’에 대한 것이었다. ‘점장이 쉐프와 서버들을 통제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주방과 홀의 동선은 고객 응대와 매출에서 효율을 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패션 사업도 식음 사업도 대부분 가장 우선되는 것은 상품과 메뉴이다. 그러다 보니 상품과 메뉴에 대한 것에만 집중하고 실제로 사업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 된다. 게다가 고객의 필요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상품과 메뉴’를 만드는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
통제는 강압적인 관리가 아니라 매장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의 흐름을 원할 하게 하는 것이고 효율은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메뉴를 먹는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주방에서 메뉴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한 기물과 시설 배치를 하면 원활한 흐름대비 2배 이상의 시간과 노동력이 들고 ‘내가 만들고 싶은 디자인’으로 홀의 가구를 제작하면 홀에 앉을 수 있는 고객의 숫자를 줄여서 원활한 이용대비 절반에 미치는 매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결국 사업은 어떤 사업이라도 실패할 만한 이유가 ‘나의 취향’ 때문에 생기면 안 된다. 그리고 상품이 매출과 이익이라는 사업의 본질에 앞서면 안 된다. ‘통제와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점검한다면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이기는 해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분명히 그렇다.
(사진은 패션업계 출신 김창환 사장의 ‘홍수계찜닭’)
박병철 이사는 다양한 복종의 패션 브랜드 사업과 패션몰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국내외 유통에서 머천다이징, 영업, 마케팅 및 전략기획 실행 경험을 통해 고객과 시장을 알고 있는 30년 경력의 비즈니스 디렉터다. 탁월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패션 뿐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의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