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는 종일 모 대학교 의상학과에서 강의한다.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나는 일은 패션을 업으로 하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보람된 업무 중의 한나다. 열정적인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과거의 내 모습과 마주하는 순간이 된다. 과거 학생시절에 가졌던 진로에 대한 불안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학생들의 고민이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디자인 발상과정 교육이 부족하였던 것 같다. 기초 드로잉, 염색 실습,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수업들이 패션 디자인 부분의 교과로 있었고 디자인 발상의 수업은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감을 받은 주제를 보고 리서치하는 과정이 없이 디자인 스케치 과정을 바로 진행하였다. 물론 그리기 표현을 잘하는 학생들이 디자인평가를 우수하게 받았다. 이러한 디자인 수업에 소재개발을 하면 좀 더 창의적 디자인이 되었는데 실제로 상품화될 수 있는 영역보다 예술 작품같이 비실용적 표현을 과감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체험하고 브랜드의 디자인실에서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뒤 런던에 있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Womens wear의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외국 학생들의 디자인 발상과정은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었다. 디자인을 전개하는 방식은 배울 점이 많았다. 학생들은 졸업 Final Show에 디자인 과정, 소재 개발, 디테일 개발들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전시하였는데, 전시 기간이 되면 여러 Luxury Fashion House에서 전시 관람을 왔다. 패션하우스의 새로운 시즌 전개를 위해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구매하거나 때때로 학생들을 채용할 때도 있고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하기도 한다. 산학이 협력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명문 패션 스쿨의 근간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좋은 기회가 있어 대학교에서 강의를 8년째 하고 있다. 디자인 영감에서 부터 디자인 리서치과정, 발상과정을 꼼꼼히 집고 넘어가다보니 스케치로 진행하는 디자인 과정이라 생각했던 학생들은 힘들어 하기도 하고 때론 귀찮아하기도 한다. 리서치의 방법과 과정들은 시대가 변화면서 정체되어 있지 않고 다양하게 흐르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디자인 과정들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힘들었던 의상학과 졸업패션쇼를 끝내고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사회생활은 이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학생들을 대하는 맘이 더욱 애틋해진다.
졸업한 학생들이 디자이너 활동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면 정말 기쁘고, 나의 디자인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자극이 된다.
감선주 디자이너는 경희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를 더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TheKam’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