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많은 아름다운 마을, 모슬포
모슬포 해변가 마을 하모리에 농가를 개조해 만든 아담한 집에 독립서점 ‘이듬해 봄’이 있다. 지난해에는 태풍이 휩쓸고 가는 바람에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는데 올해 드디어 그곳을 방문했다.
푸른 잔디와 맑은 하늘이 위아래 감싸고 있는, 파란색 지붕의 아담한 농가 주택. 혹시 문 닫은 게 아닐까? 그새 주인장이 이사 간 걸까? 인기척 없는 주택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책방 오셨어요?”하며 목소리 좋은 사장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사장님은 원래 책방 운영시간이 3시까지인데 오늘은 딸이 학교에서 일찍 하교하는 바람에 조금 일찍 문을 닫았다며 잠깐이라면 괜찮으니 둘러봐도 좋다고 해서 ‘이듬해 봄’에 들어가게 되었다. 오! 들어서면서부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유명한 독립서점들은 대게 나랑 취향이 안 맞거나, 너무 기성의 냄새가 나서 실망하곤 했다.
그런데 이곳 ‘이듬해 봄’은 가슴 속에 들어앉았다. 더군다나 괜찮은 그림 달력이 시선을 빼앗았다. 제주도에 있는 독립서점들을 그림으로 그려 달력을 만들었단다. 구매를 하고 싶었지만 다녀간 분이 제주도 독립서점투어를 하고 만들어서 방문한 서점들에 하나씩 보낸 한정판이라고 한다.
그리고 옆으로 색감이 예쁜 책들, 제목이 귀여운 서적들, 문풍지 사이로 은은하게 비치는 햇살까지. 아.. 일찍 올 걸. 여긴 아침부터 와서 책 구경하고 바닷바람 맞으며 책 읽어야 하는 건데,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놓인 아기자기한 독립서적들은 마치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를 보는 것만 같다. 하나하나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대중이 그들을 알기가 쉽지 않지만 발견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쾌감. 늘 지나치던 곳 아래에서 나를 위한 보석과 같은 브랜드를 찾은 느낌이랄까.
그러다 문득, 이곳에 오늘 방문한 사람은 나 혼자일까? 아니면 아침에 또 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독립 서점들은 수익은 거의 없다고 하던데, 이런 쓸 데도 없는 생각까지.
서점을 나서면서 사장님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찾아오기 힘든 먼~ 모슬포에 장사 안 된다는 독립 서점을 열고, 돈 안 되는 독립 서적들을 소개한다는 것이 열정이 없으면 가능한 일일까?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나도 이런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디자이너의 제품들을 모아 꾸준히 소개할 수 있는 상점을 만들어야지”
아,,, 돈 벌기 힘들 테니 이걸 하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