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의 휴가는 짧게 제주도를 다녀왔다. 아무런 계획과 기대 없이 간 여행이다. 제주도를 간다는 것보다 집과 회사를 잠시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나왔다. 비가 내릴 것 같은 흐린 날씨가 여행기간 내내 지속되었다.
전에 찾았던 제주도에는 일본 건축가의 작품이 많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머문 호텔은 중국의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호텔의 심볼이 중국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한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일본, 한국, 중국은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있어 유사한 분위기를 가졌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간단한 심볼에서도 그 차이가 난다. 일본은 간결하고 정돈된 느낌이 있다면 중국은 웅장하고 한국은 담백한 느낌이 난다. 이번에 머문 호텔의 심볼은 여인의 얼굴에 바람과 꽃이 형상화되어 있다. 또 하나는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떠받치는 손의 형상이다. 제주도의 명소에서 모던한 한국적 이미지를 나타내는 건축물이 있었던가 아쉬움이 잠시 스쳤다.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 유명한 장소에 있는 건축물을 볼 때마다 모던한 한국적 미가 아니라 모던하지만 이국적 이미지가 강하게 풍기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이럴 때면 서운한 느낌이 든다. 꼭 런던 한 복판에서 사찰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과 유사하다. 이것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은 아닌데, 이색적이다. 그 작품이 멋스럽고 훌륭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세계 각국의 유명한 작가들을 섭외할 수 있을 수준의 감각적이고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왜 모던한 한국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작가, 또는 예술가들을 찾지 못할까? 동시대에 맞는 한국적 이미지가 나타나는 작품이나 건축물이 한국 문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요소인데... 아름다운 한국의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들은 어떤 것을 보고 한국적이라고 인식할까? 아님 그냥 이곳은 이국적인 것이 섞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까?
서양 사람들이 동양의 문화를 대할 때 일본과 중국적인 분위기는 잘 구별하는 것에 비하여 전통적인 한국적인 분위기에 대해서는 쉽게 구별해내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의 문화 속에서 한류와 K-pop의 인기가 높아가는 만큼 한국적인 디자인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흐린 날씨에 거센 바람을 맞아가며 천천히 올라간 새별오름의 정상에서 제주도를 내려다보니 지평선 너머로 구불구불하게 올라와있는 오름들의 완만한 곡선이 편안하고 정겹다.
감선주 디자이너는 경희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를 더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TheKam’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