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스토리) 오겡끼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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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스토리) 오겡끼데스까

BHChoice 1 2019.08.21

BHChoiceMarket Story 17 - 오겡끼데스까

 

오겡끼데스까(おげんきですか), 아따시와 겡끼데스(はげんきです)!”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대사다. 홋카이도(北海島) 오타루시의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죽은 이즈끼에게 마지막 안부를 묻던 와다나베 히로코(나까야마 미호)의 모습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애틋하게 떠오르는 명장면이다. 너무나 유명한 대사여서 2004SBS에서 더빙 방영할 때 이 대사만큼은 원어인 일본어 그대로 들려주었고 여러 패러디까지 생겨날 정도로 유명한 일본어가 되었다.

 

사실 이 영화는 1995년 이와이 슌지가 본인의 소설을 각색해서 직접 연출한 영화로서 1998년 일본문화 개방 이후 2번째 상영되며 우리나라에서 일본 영화로는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였지만 일본 내에서는 의외로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다. (뛰어난 작품성은 인정받아 많은 상들을 휩쓸기는 했다.)

 

 

요즘 반일(反日), 극일(克日) 현상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연초에 아들이 닛산(NISSAN) 인피니티 수입 자동차 회사에 근무한 인맥을 바탕으로 중고 인피니티차량을 구매했다. 여기저기 성능이 좋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그럭저럭 끌고 다녔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은 한 달 전쯤 탈이 나고야 말았다. 고치려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지라 신차를 다시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국산차를 선택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페이스북 등 SNS에 닛산 차를 팔고 국산 차량을 구매했다는 글을 올리자마자 필자를 애국자라는 내용의 댓글이 연달아 올라온 것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본의 아니게 때마침 불어닥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하긴 필자도 대한민국 사람이라 최근 일본 정부의 비양심적이며 무책임한 도발에는 분노를 금할 길 없지만 갑작스레 어리둥절해지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여하튼 국민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달아가면서 일본계 회사, 일본 자본이 상당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 심지어 일본을 두둔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기업은 여론의 표적이 되고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었다. 패션업계도 예외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유니클로는 매출이 70% 급락하고 전 직원 유급휴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9월과 10월에는 중계점과 종로3가점이 폐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뉴스를 접하게 됐다. ABC마트에 대한 근황 소식이다. ABC마트도 일본계 자본이 99.96%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서 당연히 불매운동 리스트에 당당히 있음은 익히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8월에만 7개의 신규 매장과 3개의 리뉴얼 매장을 오픈한다고 한다. 9월에도 신규 3, 리뉴얼 1개 매장이 계획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온라인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예전 생각이 난다. 일본산 자동차가 수입되기 직전 여론조사가 발표된 적이 있다. “당신은 일본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많은 이들이 절대 사지 않는다였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일본 자동차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입 이후 일본 자동차 렉서스는 어느 순간에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는 외제차가 됐다.

 

소비자는 노출되었을 때와 비노출 상태에서의 행동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전혀 다른 행태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일 때도 있다. 사회학적으로 이런 현상을 분석하는 말들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문제는 마케터들이 이런 현상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하고 전략을 수립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론조사 또는 마켓 서베이(Market survey) 등을 통한 소비자의 의사를 알아보는 노력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일들도 사실은 알고 보면 이런 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정치인들 대부분은 그들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에게 늘 둘러싸여 있다. 이는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민의를 수렴하는 통로를 차단하게 되고 정치인 본인도 어느 순간에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젖어 있게 된다. 그 결과로국민들 대다수가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행동으로 나타나고 실망스러운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정치도 국민, 즉 유권자의 표를 얻는 선거 행위를 통해서 조직되어지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즉 마케팅인 것이다. 소비자(국민,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히 알아낸다는 일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질문지를 잘못 작성하거나 잘못된 방법, 잘못된 대상을 활용하여 단편적으로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면 자칫 헛다리를 짚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정치판에서는 선거의 실패, 기업활동에서는 사업의 실패.

 

날도 더운데 유니클로에어리즘을 사기 위해 매장 앞을 서성서리거나 운동화를 사기 위해 ABC마트 인터넷 쇼핑 여행을 떠날지는 오롯이 소비자의 판단이다. 다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패션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스러움은 필자만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파숑, 오겡끼데스까?”

 

 

마켓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는 BHChoice는 현재 마켓스토리의 최병호 대표다. 최 대표는 오래전에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신발 전문 MD로 일하다 MCM, 카파코리아, 신원, 파크랜드제화 등 여러 패션기업을 경험했다. 이후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낙선해 큰 내상을 입은 후 정신 차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원장을 거쳐 현재는 장애인과 관련된 강의와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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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홍순호 2019.10.02 15:17
네, 절대적으로 맞는 거 같습니다.
정확한 분석, 판단, 실행... 이 중의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아지는 거죠.
세바퀴로 가는 차 같은 건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