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들의 생일날에는 특별한 선물을 만든다. 디자이너 엄마가 만든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옷을 선물하는 것이다. 옷에는 엄마의 편지를 새겨 넣은 라벨을 부착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차곡차곡 옷장에 쌓이는 옷을 볼 때마다 아이는 엄마의 정을 더 느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엄마의 손길이 스친 옷을 입으면 부족했던 엄마의 정이 더 많이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맘으로 정성을 들여 만든다.
그런데 해마다 아이는 엄마가 만든 옷에 온전한 만족을 표하지 않는다. 색깔이 맘에 들지 않거나 소재가 맘에 들지 않거나 치마의 폭이나 길이가 만족스럽지 않은 듯하다. 까다로운 이 녀석의 취향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이건 정성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맘에 꼭 들어오지 않는 옷들을 아껴주고 특별한 날이 되면 꺼내 입어준다. 아마 만드는 이의 정성과 맘이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옷을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소통을 하는 나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하다.
내가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품은 생각이 있다. “I capture you, You Capture me.” 굳이 풀이해보자면 ‘난 옷을 통해 재미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표현을 할게요. 나를 사로잡는 멋진 사람들이 내 옷을 입어줬으면 좋겠어요’ 라는 의미이다. 시즌마다 시각적 표현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적 나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옷을 통해 나의 감정을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 디자인이라는 테크닉을 통해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잘될 때도 있고 또 잘 안될 때도 있다. 옷을 통해 감동은 받지만 입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그저 디자인이 좋아 선택되는 옷도 있다. 사업가적인 기질보다 예술가적인 기질이 많은 나는 옷을 통해 돈을 많이 벌기보다 옷을 통해 소통하는 고객을 만나고 싶다. 나의 이야기가 묻어있는 옷을 통해 그들과 삶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일, 그 자체가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종종 우리 옷을 구매하고 메신저를 보내거나 상품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고객이 있다.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는데 하늘거리는 원피스가 너무 예뻐 구매한 후 병실에 걸어 놓고 보니 원피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어 빨리 낫고 싶다는 고객의 메세지는 힘겨운 나의 하루에 오아시스와도 같다. 옷을 입고 주말 약속에 가신다는 분,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라는 분 등등 그들의 삶에 깊숙히 파고든 나의 옷을 상상하며 오늘 하루도 재미난 이야기를 품은 옷을 디자인한다.
감선주 디자이너는 경희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를 더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TheKam’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