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회사가 회생하려면 부실 브랜드를 정래해야 했다. 내가 본부장으로 있는 부서 중 고객의 인지도는 높은데 선호도가 좋지 않아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던 부서가 있었다. 회사 전체 회의에서 브랜드 철수를 강요받았다. 나는 이 브랜드가 선호도만 올라가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내게 2년의 기한을 주면 살려보겠다고 보고하니, 복안이 무엇인지 제시하라고 하였다.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옷을 만들어서는 선호도를 높일 수 없으니 획기적으로 ‘UN-BALANCE’ 옷을 만들겠다고 했다. 티셔츠의 한쪽 팔은 길게, 한쪽은 짧게, 바지도 오른쪽은 블루컬러, 왼쪽은 브라운컬러, 또한 운동화도 오른쪽은 블랙, 왼쪽은 레드컬러 등 기존의 재킷도 짧은 소매로, 바지도 7부 바지 등 지금까지의 제품과는 다른 모양을 만들어서 브랜드의 선호도를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나의 이러한 상품 선호도 제고를 위한 복안은 당시 회사 전체적으로 충격을 준 듯했다. 하지만 6개월 후에 브랜드 결정이 내려졌다.
명예회장님의 ‘날로 새롭게 회장님의 ONE & ONLY의 경영이념과 비슷한 UN-BALANCE 개념으로 생각한 것인데 설명이 부족했는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쉬웠다. 그런데 당시의 그 아이디어가 다른 회사에서 2005년도에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어 대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착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