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초에 일본 오사카 법인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게 되었다. 중학교 교사였던 안사라도 사직하고 두 아이와 함께 오사카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일본 현지에서 생활하며 사고방식과 생활상을 직접 경험할 기회였다.
그 당시에 한국 사람이 일본에서 집을 구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믿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렵게 오사카시와 사카이시를 가르는 야마도 강가에 집을 구하였다. 그곳은 아이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학교가 있었다. 건국 소학교라고 하는 한국계 초등학교였지만, 교포 선생님들의 한국어 수준이 뒷받침하지 못해 국어만 한국어이고 일본교육시스템으로 초등교육을 하고 있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작은아이가 유치원생이었다. 내 기억에 둘째는 유치원에서 일 년 동안 줄서기 교육만 받은 것 같다. 이러한 교육이 일본인들의 질서의식 개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듯하였다. 더 나아가 일본인들의 법 개념의 기본이라 생각된다.
백화점이나 상점을 다녀보면 아주 작은 하자라도 표기해 놓고 아주 싸게 팔고 있었다. 일본 거래선의 품질 검사가 까다로웠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과거, 검사할 때 사소한 불량에 대해 까다롭게 지적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한국의 수출 제품이 일본 시장에서 팔리는 모습을 보고 ‘품질’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경험은 귀국하고서 내가 맡은 부서의 제품 품질과 업무 품질을 향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약 30개월 동안 오사카에서 근무하고 나서 서울 본사의 필요로 서울로 귀국하게 되었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