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창밖을 보았습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광경이 포근해 보였습니다.
“따님, 창밖 좀 봐봐.. 눈 온다~”
“와.. 나가 봐도 돼?”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로 나간 따님은 눈 내리는 모습을 한참동아 촬영하다 들어왔습니다.
“엄마 나 놀이터에서 좀 놀다오면 안 돼?”
“아빠랑 같이 갔다 와~. 나간 김에 간식거리도 사오고..”
엄마의 승인이 떨어지자 따님은 바빠졌습니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고 그 어느때 보다 빠르게 나갈 채비를 마쳤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따님은 눈부터 밟습니다.
올 겨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밟아보는 눈일 수도 있습니다.
어? 그런데 따님의 손에 장갑이 없습니다.
“장갑 안 꼈어?”
“장갑 찾아봤는데 없어..”
“얼마 전에 친구랑 눈썰매장 갔을 때 썼었잖아”
“못찾았어. 엄마도 모르겠대”
하... 참..
결국 내 장갑을 따님에게 양보했습니다.
놀이터에 들어서자 마자 눈을 뭉쳐 아빠에게 던집니다.
“역시 자연 눈은 잘 뭉쳐져...”
“그렇지... 인공 눈보다는 자연 눈이 잘 뭉쳐지지”
“눈 잘 뭉쳐지는데, 눈사람 만들까?”
둘이 작은 눈뭉치를 만들고 눈을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몸통 만들고, 나는 머리 만들께~”
“그래.. 눈사람 진짜 오랜만에 만들어 본다”
“아빠 눈사람 만든 적 있어?”
“그럼 아빠 어릴 때는 친구들이랑 모여서 눈사람 정말 크게 만들었어. 지금 따님 키 정도 되는 눈사람 만들었지”
“와 진짜? 우리도 만들어 보자”
눈을 굴리다 보니 손이 너무 시렸습니다.
다리 사이에 손을 넣고 녹이고 있는데 따님이 장갑 한 짝을 건넵니다.
눈 굴리는 데 한 짝이면 된다.
고마운 따님입니다.
장갑을 끼고 눈사람을 굴리며 놀이터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땀이 흐르네요.
몸통은 제법 커졌습니다.
몸통 위에 따님이 굴린 눈을 올리고 눈사람 얼굴을 꾸몄습니다
눈사람 꾸미기는 따님이 도맡아 했습니다.
당근 코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머리숱도 얹어주고, 눈과 팔도 만들어줬습니다.
아빠가 어릴 때 만들었던 추억 속 눈사람 크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파트 놀이터에서 가장 큰 눈사람입니다.
오랜 만에 만난 하얀 눈이 주말 딸과의 기분 좋은 추억을 선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