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외출이 그리운 요즘이다.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을 때, 또는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속초로 여행을 가는 편이다.
탁 트인 바다 풍경과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높고 거친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에 머물러있으면 맘에 안정이 찾아오고 정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다니면서 인터넷 서치를 많이 하지만 사실 체험하지 않고는 믿지 않는 편이다. 마케팅 작업을 거쳐 한 달 전에 없던 곳이 갑자기 그 곳의 명물처럼 부각되는 곳도 있고, 인터넷상에서 맛집이라고 추천받는 곳은 가서 먹어보면 내 입맛과 맞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속초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이 곳은 차로 지나쳐가다가 예쁜 돌담의 모습에 반해 다시 돌아와 산책을 즐겼던 곳이다.
돌담 위에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웅크리고 졸고 있는 고양이에 시선이 멈추었는데 자세히 보니 실제 고양이가 아니라 돌 위에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이다. 막 날아오를 것 같은 참새, 짹짹거리는 소리를 낼 것 같은 참새들이 줄지어 돌담에 앉아 있다. 돌담을 중심으로 참새, 강아지, 고양이, 무당벌레 등등의 그림들이 소소한 시골의 모습이다.
무심히 넘겨버렸던 일상의 모습들이 이렇게 그림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감상의 묘미를 준다. 따사한 햇살이 더욱 따사롭게 느껴지는 골목길이다. 그 지역을 나서며 누가 이 곳을 기록해두었는지 살펴보니 속초의 돌담갤러리 ‘쉬엄쉬엄’이라는 명칭으로 포스팅을 해 놓았다. 하지만 그 골목 어디에도 갤러리 간판은 없다. 소소한 모습의 재현 그림만으로도 지나쳐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 매력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무심히 지나쳐 가기에 일상이다. 하루하루에 모든 의미를 부여하며 되새김질 하다보면 삶이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나쳤던 일상 모습들을 돌아볼 때면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감선주 디자이너는 경희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를 더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TheKam’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